“손녀딸 보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지”
“손녀딸 보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지”
  • 영광21
  • 승인 2016.11.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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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향순 어르신 / 묘량면 영양리

“아그들 잘 되길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제.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소원이여.
나주에서 18살의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6남매를 낳아 기르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는 유향순(90) 어르신.
지금은 흔하디흔한 자동차도 몹시 귀했던 일제강점기 시절 유 어르신은 마차를 타고 포장도 제대로 되지 않은 길을 구불구불 돌아 나주에서 영광까지 왔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교 정치과까지 나온 1살 연하의 남편과 결혼한 유 어르신은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들 셋, 딸 셋을 낳아 길렀다.
“나는 옛날에 흔히 겪는다는 시집살이도 모르고 살았어. 시부모님이 친딸처럼 여기고 예뻐해 주시니까 좋았지. 정말 좋은 시부모님을 만난 것도 복이었던 것 같아.”
큰 규모로 벼농사를 지어 풍족한 속에서 유 어르신은 일꾼들의 밥을 지어 논으로 나르고 아이들과 남편, 시부모님을 살뜰하게 챙기며 부지런히 살았다.
한참 바쁜 농사철에는 수많은 일꾼들의 식사를 짓기 위해 부엌에서 허리를 펼 틈도 없이 바빴지만 화목한 가정 분위기 속에서 행복했다는 유 어르신.
비록 7년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살아가고 있지만 마을 어르신들과 경로당에서 노래도 하고 체조도 하며 여생을 즐겁게 보내고 있다.
“이장 덕분에 경로당에서 노래도 하고 체조도 하고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어. 또 봉사를 다니다보면 보람도 느끼고 좋지”라고 얘기하는 유 어르신.
마을 어르신들도 “저 양반은 9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해서 우리랑 10년은 더 봉사할 수 있어. 노래도 잘하고 체조도 잘하고. 우리보다 더 잘하면 잘했제”라며 입을 모아 얘기한다.
묘량면 영양3리에서 춤과 노래를 가장 잘한다는 유 어르신은 김사순 이장이 이끄는 멋진인생봉사단에서 단연 으뜸이다.
유 어르신이 “이제는 나이들어서 하지도 못해. 그냥 가서 구경이나 해야지”라고 얘기하자 마을 어르신들은 “저 양반은 건강해서 100세 넘어서까지 봉사하러 다닐 수 있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제는 자식들을 다 키워 타지로 보내고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는 유 어르신.
“어제 우리 막내아들이 46살의 나이에 딸을 낳았어. 손녀가 시집가는거 보려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겠어”라며 환하게 웃는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