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적 고생한 만큼 즐겁게 살아야지”
“젊을 적 고생한 만큼 즐겁게 살아야지”
  • 영광21
  • 승인 2016.12.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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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님 어르신 / 불갑면 모악리

잦은 가을비로 벼수확이 늦어지며 덩달아 때늦은 양파파종으로 농가의 손길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분주했던 어느 초겨울날.
고소한 음식냄새가 기분 좋게 퍼지는 불갑면 모악리 수성경로당에서 점심식사 준비에 한창인 정양님(80) 어르신을 만났다.
“원래는 경로당에 사람이 많은데 어째 오늘은 다들 양파심으러 갔는지 보이지가 않네. 나라도 나서서 점심식사 준비를 해놔야지”라며 웃는 정양님 어르신.
20살의 나이에 연지곤지 곱게 찍고 마차를 타고 시집왔다는 정 어르신은 고향인 불갑면 쌍운리를 떠나 모악리에서 5남매를 낳아 길렀다.
“젊을 땐 남편이랑 같이 부지런히 농사를 지었어. 밭도 하고 논도 하고 열심히 농사지으면서 자식들 학교도 보내고 잘 키웠지.”
젊은 시절부터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정 어르신은 동트는 새벽녘부터 땅거미가 지는 늦은 오후까지 잠시도 쉴 틈 없이 바쁜 삶을 살았다.
서너마지기의 밭은 물론 인근 불갑사의 논 15마지기도 부지런히 부렸다는 정 어르신은 “농사꾼이 한가할 때가 어딨겠어. 1년 내내 바쁘게 움직여야 한 해 농사도 잘 되는거지”라고 말한다.
농가의 주부로서 그 어느때보다도 바삐 살아온 지난 세월. 비록 함께 고생했던 남편은 10여년전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잘 자란 자식들이 있기에 그 누구보다도 든든하다.
“자식들이 모두 서울로 떠났는데 큰아들이 지금 서울에서 경찰을 하고 있어. 큰아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경찰인 큰아들과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자녀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릴 때면 뿌듯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찡하게 아려온다는 정 어르신.
“큰아들이 벌써 올해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직해. 손주들도 대학졸업하고 다 커버렸지. 언제 이렇게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나 싶어. 자식들이 나이 먹은 모습을 보면 시간이 이만큼 지났구나 싶지.”
젊었을 적의 부지런함을 증명해보이듯 나이가 들며 점점 더 쑤셔오는 무릎과 허리통증에 정 어르신은 평생을 지어왔던 농사도 손에서 내려놓았다.
자식들이 잘 자랐기에 더 이상 소원이 없다는 정 어르신은 “부지런히 일했으니까 이제는 경로당에서 열심히 놀아야지. 경로당에서 놀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겠어”라며 환하게 웃는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