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가족같이 정답게 지내고 있어”
“우리는 매일 가족같이 정답게 지내고 있어”
  • 영광21
  • 승인 2016.12.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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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면 남계리 5총사를 만나다!

차갑고 매서운 겨울바람과 내기라도 펼치듯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볕이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하게 느껴지던 어느 날.
군서면 남계경로당에서 오순도순 모여 이야기꽃 피우기에 한창인 남계리 5총사 임향순(90) 임태인(86) 김복순(84) 서삼덕(83) 한금선(82) 어르신을 만났다.
한 마을에 시집온 것을 인연으로 도란도란 이웃사촌으로 함께 살아온 세월이 어언 60년.
여성으로,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함께 고된 세월을 보내다보니 가족보다 더 끈끈한 정이 이들의 우정을 단단하게 엮었다.
“당시 시집살이가 오죽 힘들었간? 그 당시엔 시어머니 앞에서 말도 못하고 그랬어”라며 말문을 여는 한금선 어르신.
군서면 덕구리에서 시집와 덕골댁으로 불리고 있는 서삼덕 어르신도 “시어머니한테 말대꾸하다간 혼나기밖에 더하겠어? 힘들어도 자식들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했지”라고 얘기한다.
호랑이 같은 시어머니 밑에서 갖은 구박과 꾸지람을 들으며 살아온 힘겨운 지난 세월. 마음 속 깊이 묻어뒀던 그 당시의 힘든 기억을 꺼내보려니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진다.
임태인 어르신은 “시어머니가 하도 일하라고 볶은께 만삭의 몸으로 일을 하다가 들에서 애를 낳았어”라며 “그래도 그 때 낳은 딸이 건강하게 잘 자라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라고 얘기한다.
막 시집온 곱디고운 새색시였던 때부터 한 마을에서 함께 지내며 서로의 애환을 술술 늘어놓다보니 서로가 마치 자매처럼 느껴진다는 남계리 5총사 어르신들.
김복순 어르신은 “나는 백수 하사리에서 시집 왔는디 7남매 기르느라 힘들 때 여그 양반들이 얼마나 의지가 되고 좋았는지 몰라”라고 얘기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곁에서 다독여 주며 서로 상부상조하는 이웃이 있었기에 모진 시집살이도 굳세게 견뎌낼 수 있었다고.
몇년전 고향 광주를 떠나 남계리에 정착하며 5총사에 합류했다는 임향순 어르신도 “도시는 여기만큼 끈끈한 이웃의 정이란게 없어”라며 “좋은 이웃들과 함께 경로당에서 얘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얼마나 즐겁고 좋은지 몰라”라고 얘기한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며 쌓은 두터운 정 때문에 이제는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는 마음에 초조함을 느낀다는 군서면 남계리 5총사 어르신들.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해 소원을 묻자 입을 모아 “경로당에서 모두들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야지”라며 소녀처럼 환하게 웃는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