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좋은 세상엔 소원도 없어”
“요즘같이 좋은 세상엔 소원도 없어”
  • 영광21
  • 승인 2017.01.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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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님 어르신 / 법성면 법성리

겨울의 시작과 함께 굴비를 말리는 사람들의 손길로 분주한 법성포.
겨울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꾸덕꾸덕하게 마르는 굴비의 짭쪼름한 냄새가 왠지 정겹다.
설명절을 맞이하기 위한 굴비상가의 움직임으로 분주한 법성포의 중심에 위치한 법성여자경로당. 그곳에서 햇살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김연님(94) 어르신을 만났다.
“참 고생도 많이 하고 힘든 세월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이렇게 좋은 세월이 왔네.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배부르고 등따숩고 참 좋은 세상이야.”
낙월면 송이도에서 태어나 16살의 나이에 친인척들의 소개로 1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했다는 김연님 어르신.
송이도에서 남편과 함께 오순도순 아이들을 키우다 27살의 나이에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법성면으로 나오게 됐다는 김 어르신은 “육지에 나와서 농사고 장사고 안 해본 게 없어”라고 얘기한다.
고향인 송이도를 떠나 맞이한 낯선 육지생활. 남편과 함께 아들과 딸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에는 영광장이랑 법성장이 엄청 컸어. 광주나 목포에서 미역, 멸치, 메리야스 등의 물건을 가져와서 영광장, 법성장에 나가거나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팔았지.”
작은 체구에 자신의 몸보다 큰 보따리를 매고 광주, 목포, 영광을 부지런히 돌았던 지난 세월.
자식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고생한 탓일까 남편이 44살의 젊은 나이로 먼저 세상을 떠나자 삶의 무게는 더욱더 김 어르신을 무겁게 짓눌렀다.
온 몸이 녹아들 것 같은 뜨거운 여름과 살을 에는 듯한 추운 겨울.
지금같이 교통수단이 잘 갖춰지지도 않았던 그 시절 부지런히 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열심히 생계를 이어나갔다는 김 어르신.
“남편이 떠나고 혼자 자식 둘을 키우려니 막막했어. 그 당시에는 밥을 굶지 않으려면 열심히 장을 다녀야만 했어”라고 얘기한다.
두 눈 가득 눈물이 와락 쏟아질 만큼 힘들었던 지난 세월. 삶의 무게가 힘겨울 때마다 신앙생활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는 김연님 어르신은 어느덧 30년째 독실한 신앙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 어르신은 “지금같이 좋은 세상에 더 이상 소원이 뭐가 있겠어. 그저 건강하게 살다가 천국가는게 소원이야”라며 웃는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