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그릇에 가득 찬 그때 그 시절의 추억
짜장면 그릇에 가득 찬 그때 그 시절의 추억
  • 영광21
  • 승인 2017.01.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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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례 어르신 / 염산면 봉남리

추운 겨울에도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 피우기에 한창인 염산면 설도경로당.
“화목한 걸로는 우리 경로당이 제일이여”라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봄처럼 따듯한 미소를 지닌 김금례(82) 어르신.
“옛날에는 누구하나 잘나고 못난 것 없이 다들 힘들었어. 그래도 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온 덕에 나는 그럭저럭 잘 살았네.”
염산면 토박이로 80평생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 없다는 김금례 어르신. 19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한 김 어르신은 6살 연상의 남편과 함께 부지런히 중국집을 운영하며 3남3녀를 반듯하게 키웠다.
김 어르신은 “19살 되던 해 중매쟁이가 신랑이랑 시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 남편을 만나게 됐어. 그 당시에는 그 나이면 다들 결혼을 했거든. 풍족하지는 않아도 정말 행복하게 살았어”라고 말한다.
중매로 갑작스럽게 결혼을 하게 된 김 어르신.
어린 나이에 갑작스레 시작된 결혼생활이 힘들 법도 하지만 남편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마을 입구에서 이웃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때로는 제대로 된 매출보다 외상이 많을 때도 있지만 김 어르신 부부는 이웃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기에 쉽사리 독촉할 수가 없었다고.
“다들 배고프고 힘든걸 아니까 외상값 갚기를 마냥 기다렸지. 그동안 못 받은 외상을 받으려면 마을 전체를 다 돌아다녀야 돼”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김금례 어르신.
배고프고 힘든 시기 따뜻한 짜장면 한 그릇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과 용기가 됐음을 잘 알기에 김 어르신은 외상이 많았던 그 시기도 따뜻한 추억으로 마음속 한편에 고이 남겨뒀다.
“지금은 장사하라고 해도 나이 들고 힘이 들어서 못해. 지금은 경로당에서 얘기하고 놀고 나도 좀 편하게 쉬어야지”라며 환하게 웃는 김금례 어르신.
당시 이웃들에게 짜장면과 함께 따뜻한 추억을 선사하던 가게는 현재 큰아들의 젓갈가게로 변했지만 이웃들의 가슴속에는 그 당시의 배고프지만 따뜻했던 추억도 가득 남아 있다.
장사를 그만둔 뒤 경로당에서 이웃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김금례 어르신.
“소원이 뭣이 있겠어. 그냥 오래 살면 좋은 거지. 올해도 이웃들과 함께 건강하고 즐겁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라며 웃는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