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도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 피우기에 한창인 염산면 설도경로당.
“화목한 걸로는 우리 경로당이 제일이여”라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봄처럼 따듯한 미소를 지닌 김금례(82) 어르신.
“옛날에는 누구하나 잘나고 못난 것 없이 다들 힘들었어. 그래도 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온 덕에 나는 그럭저럭 잘 살았네.”
염산면 토박이로 80평생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 없다는 김금례 어르신. 19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한 김 어르신은 6살 연상의 남편과 함께 부지런히 중국집을 운영하며 3남3녀를 반듯하게 키웠다.
김 어르신은 “19살 되던 해 중매쟁이가 신랑이랑 시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 남편을 만나게 됐어. 그 당시에는 그 나이면 다들 결혼을 했거든. 풍족하지는 않아도 정말 행복하게 살았어”라고 말한다.
중매로 갑작스럽게 결혼을 하게 된 김 어르신.
어린 나이에 갑작스레 시작된 결혼생활이 힘들 법도 하지만 남편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마을 입구에서 이웃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때로는 제대로 된 매출보다 외상이 많을 때도 있지만 김 어르신 부부는 이웃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기에 쉽사리 독촉할 수가 없었다고.
“다들 배고프고 힘든걸 아니까 외상값 갚기를 마냥 기다렸지. 그동안 못 받은 외상을 받으려면 마을 전체를 다 돌아다녀야 돼”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김금례 어르신.
배고프고 힘든 시기 따뜻한 짜장면 한 그릇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과 용기가 됐음을 잘 알기에 김 어르신은 외상이 많았던 그 시기도 따뜻한 추억으로 마음속 한편에 고이 남겨뒀다.
“지금은 장사하라고 해도 나이 들고 힘이 들어서 못해. 지금은 경로당에서 얘기하고 놀고 나도 좀 편하게 쉬어야지”라며 환하게 웃는 김금례 어르신.
당시 이웃들에게 짜장면과 함께 따뜻한 추억을 선사하던 가게는 현재 큰아들의 젓갈가게로 변했지만 이웃들의 가슴속에는 그 당시의 배고프지만 따뜻했던 추억도 가득 남아 있다.
장사를 그만둔 뒤 경로당에서 이웃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김금례 어르신.
“소원이 뭣이 있겠어. 그냥 오래 살면 좋은 거지. 올해도 이웃들과 함께 건강하고 즐겁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라며 웃는다.
유현주 기자 yg21u@yg21.co.kr
김금례 어르신 / 염산면 봉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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