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봄을 시샘하듯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오는 중에도 경로당에 모인 주민들은 언제나 그렇듯 화기애애한 모습이다.
영광군에서 ‘포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염산면 신성1리(이장 오상호). 성상, 도사마을 등 2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진 신성1리는 107가구에 162명의 주민들이 모여살고 있다.
오상호 이장은 “우리 마을은 염산면에서는 서너번째로 큰 마을이지만 65세 이상 인구가 절반입니다”라며 “다른 마을에 비해 어린 학생들도 많고 주민 연령이 고루 분포돼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성상마을은 1750년 밀양박씨가 마을을 형성했고 주민들이 봉덕산 밑 해변에서 화염을 제조하며 밤에 봉덕산 쪽을 바라보니 마을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거린다 해 성상마을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또 도사마을은 1630년경 창녕조씨가 마을을 형성했고 신벌리라 부르다가 선비가 사는 곳이라 해 도사마을로 불리기 시작했다.
포도가 유명한 신성1리는 지난 2015년부터 FTA 피해보전으로 인해 많은 포도원이 하나, 둘 문을 닫았고 현재는 1곳만 운영중이다.
현재 신성1리 주민들은 대부분 파프리카, 키위, 무화과 등을 재배하고 있으며 벼농사를 병행하고 있다.
주민 화합은 1등인 마을
오 이장은 “우리 마을에 들어온 ㈜씨앗과사람들과 계약재배로 양파종자를 재배하는 농가가 있고 벼농사는 대부분 이모작으로 청보리와 쌀보리도 재배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을의 전체 경작지를 합하면 30만평 규모로 염산면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신성1리는 다양한 하우스재배 작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많은 인구로 한번에 모이기가 힘들 법도 하지만 신성1리 주민들은 틈틈이 경로당에 모여 함께 식사도 하고 매년 관광도 함께 다니며 정을 나누고 있다.
오 이장은 “현재 군에서 마을경로당에 쌀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저희 마을은 수가 많아서 늘 부족합니다”라며 “마을 인구수에 맞게 차등지원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한다.
주민들은 또 마을에 있는 남녀목욕탕에 보일러 등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곳곳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 이장은 “규모는 작지만 주민들이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필요한 부분은 꼭 개보수가 되도록 해야죠”라고 말한다.
올해로 3년째 아직은 새내기 이장이지만 마을에서 나고 자라 한번도 주소를 옮겨본 적이 없다는 오상호 이장은 마을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다.
덕분에 마을을 위해 더 원활히 봉사할 수 있었고 지난해에는 모범이장으로 뽑혀 상을 받기도 했다.
주민들은 “우리 이장은 뭘 하든지 마음에 들게 잘해. 잘하니까 상도 받고 하지”라며 “마을을 위해서 고생을 많이 하는데 염산면에서 우리 이장이 제일 잘해”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
오상호(51) / 이장
예전에는 포도원이 많은 마을로 유명했지만 1곳을 제외하고 모두 폐원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마을주민들이 하우스재배를 통해 파프리카, 키위, 무화과 등을 재배하고 벼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또 마을에 있는 기업과 계약을 맺고 양파종자를 재배하며 종자개발에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유복순(62) / 부녀회장
우리 마을은 항상 주민단합이 잘되고 화합이 잘되는 마을로 손꼽혀요. 늘 경로당에 모여서 같이 식사도 하고 매년 여행도 다니면서 정겹게 살고 있어요.
주민 편의를 위해서 마을 목욕탕 등 시설 개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김고예(89) / 마을 최고 연장자
우리 이장은 아직 얼마 안됐어도 마을에서 나고 자란 탓인데 모르는 것이 없이 다 잘해.
이장으로 일한다고 고생을 많이 하는데 염산면에서는 우리 이장이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