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길 걷기 어려운 것 새삼 깨달아"
"바른 길 걷기 어려운 것 새삼 깨달아"
  • 김광훈
  • 승인 2003.01.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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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미래·안전위해 핵폐기장 '반대' 재천명
설날 특집인터뷰 - 이낙연 국회의원

● 민족의 대명절 설날입니다. 주민과 고향을 찾아주신 향우들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말 그대로 격동의 연속이었던 한 해를 보내고 이제 계미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영광 군민 여러분과 향우님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올해 뜻하시는 바 모두 이루시고, 두루 평안하시길 빌겠습니다. 무엇보다 올 한 해는 큰 재해 없는 무사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중책을 맡고 계십니다. 계미년 새해 소망과 계획이 있으시면 밝혀 주십시오
먼저 작년 대선에서 저희 당과 노무현 당선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 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여러분들의 뜻을 언제나 가슴 깊이 새기고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새해 소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노무현 정권의 탄생에 힘을 보탰던 사람으로서, 새 정부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은 소망이 있구요, 다른 하나는 영광의 지역사업, 특히 영광대교 건설과 같은 큰 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행돼 우리 영광이 더욱 멋있고 자랑스러운 고장, 더욱 살기 좋은 고장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 당내 국민경선 이후 혼란스러웠던 정치상황 속에서도 원칙을 가지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점이 지역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선거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나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상황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역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지방선거 패배후 노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당 내외의 노무현 흔들기가 계속될 때였습니다. 주변의 옳지 못한 유혹도 있었고 당내에 패배주의도 만연했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후보 단일화와 대선승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극적인 후보단일화 협상타결의 순간과, 막판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라는 악재가 나왔을 때 전국의 지지자들께서 손에 손을 잡고 투표장으로 몰려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제도권 정치에 입문한 지 3년이 돼 갑니다. 언론인의 관점에서 정치권을 평가하던 입장과 현실정치에 뛰어든 상황에서 느끼는 입장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곳이나 밖에서 바라볼 때와 안에 들어와서 볼 때는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언론계에 있을 때는 비판과 감시가 저의 일이었기에 정치현실을 실제보다 나쁘게 보았던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치권이 개혁해야 할 점이 많지만 정치개혁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남들도 다 하는데 나 혼자만 하지 않으면 피해 보는 것 아니냐’하는 생각에 바람직하지 않은 걸 알면서도 동참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군민 여러분들께서도 함량 미달의 정치인을 손가락질 하시지만 마시고, 정치를 구조적으로 바꾸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대선 이후 의원님의 행보가 무척 바빠지셨습니다. 거의 모든 행동반경이 노무현 당선자와 같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주된 활동 내용과 고민은 무엇입니까
매일 아침 8시 반에 당선자님과 주요 인사들이 일일회의를 갖는데 저도 빠짐없이 참석합니다. 회의가 끝나면 기자분들의 질문에 답도 해야 되고, 하루에도 몇 개씩 되는 당선자 공식일정은 물론 많은 비공식 일정에도 제가 항상 배석합니다.

열심히 받아 적으면서도 대화가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해가 어떻게 저무는 지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요즘 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당선자의 생각이 왜곡되지 않고 국민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인가 입니다. 가끔은 언론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 공식출범 전이기에 여러 분들이 현안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들을 말씀하시는데, 이것이 당선자의 공식입장처럼 보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제가 나서서 정확한 사실을 발표하고 당선자의 입장을 설명해 드립니다.
보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잘 파악한 상태에서 새 정부가 출범할 수 있도록 제 나름대로 작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대선 전에는 거의 매주 지역구를 직접 챙기다시피 지역구 활동이 왕성했습니다. 그러다 요근래 중앙 정치무대 활동에 무게를 두다보니 지역구에 자주 못오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 한 말씀해 주십시오
부족한 제가 중앙에서 1년 3개월 넘게 대변인으로서 이런 저런 심부름을 하다 보니 영광의 여러 어르신들을 자주 뵙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죄송합니다.

그래도 대통령선거전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대변인 일을 하면서도 주말마다 어르신들을 찾아뵈었습니다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부터는 그것마저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선거가 끝나면 영광에 자주 가려니’했더니, 이번에는 대통령당선자 대변인이 됐습니다. 이 일이 끝나면 영광에 최대한 오래 머물면서 여러 어르신들과 선후배 여러분을 뵙고 그동안 못 나눴던 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변명 같지만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라도 우리 지역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치 활동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부탁 말씀드립니다.

중앙의 정책결정자들에게 우리 영광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끈질기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에서 제가 하는 일이 결국은 영광을 위한 것이라는 점도 너그럽게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는 지역 어르신과 선후배들을 최대한 자주 찾아뵙고 어려운 점,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 살피는 일을 절대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 영광과 무안을 잇는 영광대교 건설사업의 실시설계 용역비가 지난해 말 확정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셨습니다. 대선 전에는 ‘건설은 되는데 언제 될지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고 하셨지만 대선 후 낙관적인 상황이 왔다고 보여지는데 어떻습니까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올해 예산에 영광대교 건설 공사설계비가 정식으로 반영됐습니다.

예비 타당성 조사 과정에선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았지만, 제가 예산당국에 여러 차례 말씀 드렸고 예결위 소속의 김효석 의원께서도 부탁을 드려서 무사히 예산을 따낼 수 있었습니다.

총 2,500억원 이상이 드는 이 사업이 완성되면 무안국제공항과 신도청 소재지로 접근하는 간선도로망이 확충되고 이에 따라 영광은 서부 전남의 교통의 요충지로 거듭날 것입니다.

광주의 배후 도시로서의 가능성과 신도청 소재지로 편리하게 연결되는 입지조건을 결합한다면 앞으로 지역개발이 더욱 촉진될 수 있을 것입니다.

● 핵폐기장 건설 문제와 관련해 의원께서는 영광 유치에 반대입장을 이미 표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울진이나 이웃 고창의 국회의원들과 비교해 볼 때 적극적 의지표출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향후 대응책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동안 저는 지역언론을 통해 핵폐기장의 영광 건설에 누차 반대의견을 표명해 왔습니다.

원전과 폐기물처리장을 함께 두는 것은 위험분산의 원칙에 어긋나고, 영광은 처음부터 처리장 입지의 최적 후보지가 아니며, 중·저준위 폐기물만 처리한다는 한수원측의 방침에 확신이 가지 않을 뿐더러 처리장 유치여론의 조성방식이 투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지역발전 지원금의 성격도 불명확하다는 점 등 반대이유도 명확히 제시해 왔습니다.

저는 우리 영광의 미래와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최근 영광에서는 원전특별지원사업비로 추진되던 골프장 건설 사업 백지화에 따른 대체사업의 선정, 명문고 육성사업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의원님의 견해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골프장 건설사업이 백지화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좀더 세심하게 검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현재 군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추진하기 위해 공청회나 토론회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취합해서 군에서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믿습니다.

군에서 일을 추진하고 있는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단 결정되면 그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제가 위원장이 되기 전에 진행됐던 명문고 육성사업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해당 학교의 선정은 투명하게 진행되었고, 실질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20% 가량의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문고 육성사업의 취지에 맞게 학교측의 자구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주변의 평가와 비판의 소리를 명문고 육성사업 발전의 동력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 지역경제의 어려움과 교육문제 등으로 영광군의 인구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는 또다시 지역경제의 어려움과 교육여건의 악화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는데 대책은 무엇이겠습니까
저도 그 문제를 가장 염려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즉각적인 효과보다는 우리 영광이 가진 입지조건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광주의 배후 도시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감안하여 지속적으로 도로와 생활기반 시설을 확충해 도시의 팽창에 따른 도시광역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또한 천혜의 관광자원을 위락시설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홍보활동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할 것입니다.

결국 쾌적한 광주의 배후도시와 안락한 휴양지로의 변신이 지역개발의 목표가 돼야 할 것입니다.

●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초선의원으로써 그 동안 활동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총선에 대한 계획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저로서는 지난 3년간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숙한 점이 많고, 배워야할 게 너무 많았기에 내년까지 4년이라는 시간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2004년 총선에서 군민 여러분의 신임을 다시 받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더욱 분발하고 더욱 뛰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군민 여러분과 향우님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영광의 대변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