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나보다 오래 살아야지”
“자식들이 나보다 오래 살아야지”
  • 영광21
  • 승인 2017.03.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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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례 어르신 / 대마면 월산리

아직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옷깃사이로 스며들지만 서서히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대마면 월산리에는 그동안의 세월을 말해주듯 어느새 하얀 백발의 할머니가 돼버린 김대례(93) 어르신이 있다.
대마면 석전마을에서 태어나 옆동네 월랑마을로 시집온 김대례 어르신.
이곳에서 살아온지도 어느새 70년이 훌쩍 넘었다.
“나는 17살에 시집왔는데 어디 다른 동네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바로 옆동네로 시집왔어”라며 웃는 김대례 어르신은 3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딸 다섯에 막둥이 아들 하나를 낳아 기르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했던 김 어르신은 다른 사람들의 논일과 밭일로 품삯을 받으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때 겨우 논 2마지기 가지고 먹고 살았으니 굶고 살던 때가 더 많았어. 영감은 소 1마리 가지고 쟁기질해서 돈을 벌었지만 그걸로 살기는 힘들었지”라는 어르신은 자식들이라도 먹이기 위해 일을 가리기 않고 다 했다.
그때 먹고살기 위해 아들을 빼고 딸들은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일을 했었다고.
오랜 세월 고생을 해온 탓에 거동은 불편하지만 병원가는 일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김대례 어르신은 아직도 집앞에 텃밭을 일구며 살아간다.
“우리 막둥이를 내가 40대 후반에 낳았었는데 대학은 아들만 보냈어. 늦둥이라 그런지 나를 엄청 챙겨줘”라며 아들 자랑에 한창인 김 어르신.
50살전에 아들 하나 낳아보겠다고 고생했는데 지금은 멀리 있어도 매일 밤마다 전화해 안부를 묻고 주말에도 찾아와 머리도 깎아주고 반찬도 사다주며 용돈도 준다고 자랑한다.
김 어르신의 자랑을 듣던 주변 어르신들도 “그 집 아들은 너무 효자야. 우리 자식들은 김 어르신의 아들 반만이라도 했으면 좋겠어”라며 부러움을 드러낸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아들은 “이젠 적당히 와라”라고 말해도 못오는 날은 죄송하다고 전화가 오며 지금껏 오면서도 빈손으로 집에 찾아온 적이 없을 정도로 효심이 깊다고 자랑한다.
이제는 막둥이 아들을 빼놓고는 60~70대가 된 자식들 생각만 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가 90이 넘도록 건강한 만큼 우리 자식들은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라며 “자식들이 건강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라고 소망을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