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월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
“지난 세월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
  • 영광21
  • 승인 2017.04.0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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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환 어르신 / 군남면 동월리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어나는 봄이 왔다. 농촌에서는 한해 농사를 시작하는 손길로 분주하고 작은 마을경로당에서는 어르신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넘친다.
마을경로당 옆에 살며 하루중 절반 이상을 경로당에서 보내며 사는 정순환(89) 어르신.
군남면 동월리 순천마을이 고향인 정 어르신은 한마을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후 행복한 삶을 살았다.
정 어르신은 “우리 남편이 나보다 3살 어렸는데 중매로 만나서 결혼했지”라며 “그때는 우리 시댁이 먹고 살만해서 나도 내 일하면서 편하게 살았어”라고 말한다.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딸 넷에 귀한 아들 하나를 얻은 김 어르신은 아들을 낳고 싶은 소망을 딸들의 이름에 담기도 했다고.
“아들 얻으려고 딸 이름을 아들을 구해오라는 뜻으로 남구라고 짓기도 했었어. 호적에는 다른 이름으로 올리긴 했는데 그때는 그만큼 간절했어”라고 말하는 정 어르신.
간절한 뜻대로 귀한 아들을 얻은 후 5남매를 사랑으로 키워온 정 어르신은 농사일로 바쁠 때는 시어머니가 대신 아이들을 돌봐준 덕분에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집안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해야 해서 힘이 들 때도 있었지만 가족을 위해 꿋꿋이 참아내며 열심히 살았다.
정 어르신은 “우리 남편이 마흔살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어”라며 “지금 같았으면 금방 고칠 병인데 그때는 의학이 발달이 안돼서 허망하게 갔지”라고 말한다.
막내아들이 9살이 되던 해에 남편을 떠나보낸 정 어르신은 홀로 5남매를 키우며 아들, 딸 잘되기만 바라며 살았다.
어느새 아들, 딸들은 장성해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났고 홀로 남았지만 여전히 행복하다는 정 어르신.
“아들, 딸들이 전화도 자주하고 가까이 사는 동네사람들이 이것저것 도와주니까 살만해”라며 “이장이 아들만큼 잘해주니까 좋아”라고 말한다.
허리가 아파 거동이 불편한 것 외에는 아픈 곳도 없는 정 어르신은 매일 경로당에 나와 마을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운동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1주일에 1번씩 하는 체조도 일어서서 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따라하며 건강을 챙긴다.
정 어르신은 “우리 아들, 딸들이 멀리 사니까 자주 못보지만 내 손, 발이 돼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걱정 없어”라며 “집에 혼자 안 있고 매일 경로당에 나와서 이렇게 도란도란 사는 것이 복이지”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