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
“지금처럼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
  • 영광21
  • 승인 2017.04.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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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순 어르신 / 영광읍 덕호리

“내가 고등학교만 나왔어도 여기서 이렇게 안살았을 거야.”
밤낮없이 일하며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희생해온 60여년의 시간이 하룻밤의 꿈만 같다. 고생한 기억은 저만큼 잊혀져갔고 남은 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복뿐이다.
홀로 살아도 늘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신재순(80) 어르신.
꽃다운 열아홉에 11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 아들 다섯에 딸 둘을 낳아 기른 신 어르신은 먹고 살기 바빠 자신을 돌볼 새도 없이 살았다.
신 어르신은 “나 어려서는 여자가 학교에 가면 큰일나는 세상이었어”라며 “나이 많은 사람이랑 살아야 오래 산다고 해서 우리 영감을 만나서 결혼했어”라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공부 대신 농사를 지어온 신 어르신은 결혼 후에도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시부모를 모시고 아들, 딸들을 키웠다.
“그렇게 고생을 많이 했어도 우리 아들, 딸들은 많이 못가르쳤어”라며 “그래도 각자 알아서 할 일 찾아서 하고 사는 것 보면 기특해”라고 말하는 신 어르신.
7남매를 모두 키워내고 이제는 조금 편히 사나 싶었지만 12년전 남편이 갑작스럽게 암을 선고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신 어르신은 “우리 남편이 떠난지가 벌써 9년째네. 식도암 선고받고 수술했는데 3년만에 돌아가셨어”라고 말한다.
살아생전 가족들에게는 살뜰하기만 했던 남편이 먼저 떠난 후 그리운 마음은 가득하지만 신 어르신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다.
“이제는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해져서 편하고 좋아”라고 말하는 신 어르신은 “아들, 딸도 잘하고 우리 며느리랑 사위들도 참말로 잘해줘서 좋아”라고 얘기한다.
신 어르신은 허리가 아파 꼿꼿이 설 수 없어 늘 굽어 있지만 아직도 걷는 힘은 다른 어르신들보다 월등히 좋다. 늘 좋은 생각만 하고 마을주민들과 함께 하며 즐겁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걷는 것은 잘하는데 십리는 못가”라며 웃는 신 어르신은 집안일은 물론 농사일도 거뜬히 해내고 있다.
매년 양파농사를 정성스레 지어 아들, 딸들에게 보내고 이웃들과 나눠먹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른다.
마을에 또래친구가 많아 홀로 살아도 외롭지 않다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신 어르신은 “나 안아프고 우리 아들, 딸들 건강하게 살면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라고 얘기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