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생전 자식들에게 편지 써보고 싶어”
“살아생전 자식들에게 편지 써보고 싶어”
  • 영광21
  • 승인 2017.04.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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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임 어르신 / 대마면 남산리

연분홍 철쭉꽃이 마을 어귀에서 반갑게 손짓하는 대마면 남산경로당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순임(83) 어르신.
“오메, 나는 인자 기역, 니은을 배워서 쉬운 자도 더듬더듬 겨우 읽는디 왜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왔단가. 저쪽에 앉아 있는 양반들이 나보다 훨씬 더 똑똑하제”라는 어르신을 보니 친정 할머니를 만난 듯 더욱 반갑다.
22살에 고창군 반월에서 중매로 남편을 소개받아 대마로 시집온 이순임 어르신은 처음에 시할아버지에 시부모, 시외할머니까지 4명의 어르신을 모시고 함께 지내느라 마냥 어렵기만 한 시집살이를 눈물로 시작했다.
“옛날 그 시절에는 겸상이 안되니 하루에도 몇 번씩 밥상을 따로따로 차리고 농사일에, 자식들 뒷바라지에 힘들었는디 지나고 보면 암긋도 아니었다”며 “시어르신들의 기대와 달리 딸 5명을 계속 낳아 어르신들 눈치가 보여 이쁘기는 해도 표현을 못했는디 마지막에 아들을 낳아 소원풀이는 했네”라고 지금은 중국으로 파견돼 일하고 있는 막내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이 어르신은 “막내아들은 옆에만 있어도 든든하고 딸들과 사위들은 번갈아가며 안부를 묻고 찾아와 효도하고 있다”며 “느즈막히 자식들의 사랑을 다 받고 있는 것 같아 살았을 적 속을 태우기도 했지만 9년전 먼저 간 남편에게 슬쩍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이야기 한다.
평생 자식들 잘 되는 것만을 바라며 쉼없이 부지런히 살아온 이 어르신에게도 요즈음 새로운 관심과 소원이 하나 생겼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남산경로당 한글교실에서 처음 배움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즐거움에 빠져 매주 월, 금요일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선생님이 앞에서 가르칠 때는 열심히 따라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게 많지만 꾸준히 배워 자식들에게 편지를 써보고 싶어. 살아생전 가능할련지 모르겠지만 꼭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소일거리로 집앞에 텃밭을 일구고 있는 이 어르신은 “밭에 갔다가 힘들어서 잠깐 누웠다가도 훌훌 털고 경로당에 나와 동네 양반들과 한글도 배우고 체조도 배우면서 평안하게 지내고 있다”며 “자식들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바램이제”라며 환히 웃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