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금융감독위 결정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금융감독위 결정
  • 영광21
  • 승인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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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보면 새삼스럽게 가진 자에게 주어지는 특혜를 실감하게 되어 씁쓸한 심정이 된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존립이유가 시장질서를 바로 잡는 것인데 스스로 그것에 반하는 결정을 하여,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임의적이고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초법적인 권력기구임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세금을 도둑질하라고 허가를 내준 꼴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회계분식에 대한 증권집단소송제의 실시를 미루면서 앞으로 2년 동안 회계분식을 한 기업이 과거의 분식회계를 수정하여 공시할 경우에 이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였다.

심지어 한 술 더 떠서 새로운 역분식회계를 하는 경우에도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작은 위반조차 연체를 물리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번 결정은 지극히 형평에 어긋난 처사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도둑이 '나는 과거에 이러저러한 도둑질을 하였다. 도둑질한 금액은 얼마인데 지금은 도둑질을 하지 않고 있다'는 고해성사를 하면 그동안의 도둑질을 눈감아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조사를 하지 않고도 도둑놈이 자백한 내용의 진위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시적으로 감독을 하는 은행과 신용카드회사가 망할 때까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금융감독위원회의 전력으로 볼 때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 주장이다.

금융감독위원회의 결정은 자칫하면 새로운 회계사기를 양산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서 더욱 심각한 일이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기업이 앞으로 2년간 과거의 회계사기를 자백하면 면죄부를 줄뿐 아니라 새로운 사기범죄를 저질러도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사기꾼이 스스로 자신의 범죄에 대해서 공시하고 면죄부까지 주라는 것으로 새로운 사기범죄를 조장하는 웃지 못할 일을 벌이고 있다고 하겠다.

증권집단소송제는 소액투자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현재의 소송절차로는 소액투자자의 피해를 구제하기는 매우 어렵다.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분식회계를 밝혀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피해금액보다 훨씬 큰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렇게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생겨난 것이 증권집단소송법으로 소송절차에 관한 제도일 뿐이지 기업에게 새로운 민사 또는 형사상의 책임을 부과하자는 것이 아니다.

회계사기를 친 대기업을 상대로 개인이 민사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시키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증권집단소송제를 소액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앞장서서 연기한 것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면죄부까지 주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회의조차 열지 않고 서면으로 내부규정을 개정한 것이 전부인 금융감독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분명 한심한 처사다. 무엇을 위하여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금융감독위원회가 존재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존재이유에 합당한 새로운 결정이 나와야 한다. 아니면 간판을 기업보호위원회로 바꿔달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