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제”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제”
  • 영광21
  • 승인 2017.05.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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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희·고연례 어르신 / 묘량면 삼효리

마을 어귀 모판 상토작업으로 분주한 어르신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굽이굽이 돌담길 따라 들어선 묘량면 삼효리 효동경로당에는 연세 드신 어르신들의 이야기꽃이 한창이다.
올해 83세 동갑내기 친구인 이애희(사진 오른쪽)·고연례 어르신은 19살에 시집와 온갖 집안일과 농사일 그리고 가장 어렵다는 자식농사까지 잘 지어 노년의 여유로움이 묻어 난다.
말하지 않고 바라만 보아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디가 아픈지도 ‘딱’ 알아 맞추는 두 어르신을 만나니 친구가 이래서 좋은가 보다 느끼게 된다.
이애희 어르신은 “여그 효동마을에서 집안 어르신의 소개로 아랫동네 살던 동갑내기 남편을 만나 시집왔지. 남편이 27살에 큰 수술을 받아 광주에서 1년을 입원해 있었는데 참 많이도 애 태웠제. 지금 생각하면 자식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했는데 지금까지 잘 살고 있네. 항상 챙겨줘야 할 일이 많지만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적이랑께”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경로당에 나와 재미지게 놀다가도 집에 계신 어르신을 챙기기 위해 발걸음을 종종 거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마워할 일이 많다.
고연례 어르신은 “나는 장성에서 고모 중매로 시집왔는디 남편이 교직생활을 했기에 솔직히 고생은 안하고 살았네. 아들 1명에 딸 5명을 낳았는데 지금은 사위들까지 자식들처럼 잘 해주니 행복할 뿐이야”라며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평생 교직에 몸 담아 후학양성에 힘쓰던 고이금재 어르신의 아내인 고 어르신은 “남편이 교직에 있을 때는 시부모님이 계시니 여기 효동마을에 살기도 하고 광주에서 생활하기도 했어”라며 “퇴직후 고향인 효동마을에 내려와 마을발전에 앞장서 활동하다가 몇년전 돌아가신 남편이 그립기도 하지만 살아생전 열심히 살아왔기에 후회는 없제”라고 말한다.
겨우내 경로당에서 마을 사람들과 식사도 같이 하고 시니어교실 프로그램으로 운동도 하면서 지냈지만 바쁜 농사철이 시작되면서 마을의 젊은 사람들은 들에 나가고 바깥 활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모여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이애희·고연례 어르신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제는 자식들 잘 살아가는 것이 우리 부모들이 바라는 최고의 행복이여”라며 “그럴러면 우리가 아픈 곳 없이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서 자식들 걱정 안하게 하는 것이 최고 아닌가”라며 껄껄 웃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