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에 다다른 요즘 산과 들은 초록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한적한 농촌마을에서는 고추를 심고 모내기를 준비하며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수동, 농주, 범실, 상화, 산정마을 등 5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진 대마면 화평1리(이장 김종기)는 75가구에 15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김종기 이장은 “우리 마을은 딸기, 오디농사를 짓는 농가도 많고 대부분 벼농사를 짓습니다”라며 “대마면에서는 우리 마을이 인구도 가장 많고 농사도 가장 많이 짓습니다”라고 말한다.
마을면적 또한 대마면에서 가장 큰 화평1리는 5개 마을이 하나를 이뤄 북적북적한 시골풍경을 그려낸다.
산정마을은 임진왜란때 무안박씨, 밀양박씨, 하음봉씨가 마을을 형성했고 마을 뒷산 골짜기에 큰 당산나무가 있어 산속의 당산나무라 해 ‘산당’이라 불리다가 마을의 지형이 산밑 정자와 같다해 ‘산정’이라 불리게 됐다.
농주마을은 상화마을에 정작한 박씨들이 100년 정도 부를 누리다 문중가세가 기울고 폐촌이 되자 새롭게 마을을 형성했다. 본래는 상화마을과 한마을이었으나 마을에 있는 9개의 산줄기가 9마리의 용과 같아 ‘구룡’이라 하고 구룡 줄기 앞에 연못과 모래섬이 구슬과 같아 구룡이 구슬을 가지고 노는 것 같다해 ‘농주’라 불리기 시작했다.
주민 화합은 ‘으뜸마을’
화평1리는 30여년전만 해도 음력 설날이 지난 5일후부터 정월대보름까지 마을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농악을 하며 집집마다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이 있었다.
김 이장은 “옛날에는 사람이 많아서 마을전통을 오래 이어왔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다보니 행사를 못한지 한참 됐습니다”라며 “지금은 1년에 1번씩 마을 화합잔치를 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박종택 노인회장은 “우리 마을 경로당은 화평리에서 가장 처음으로 지어진 경로당으로 남쪽의 큰 별이라는 뜻을 담아서 남성경로당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라며 “지금까지 주민들이 더 자주 모이며 화합을 이뤄왔습니다”라고 말한다.
주민 화합에는 올해로 18년째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김 이장의 노력이 숨어있다.
특유의 푸근함과 넉살로 마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는 김 이장은 마을방송 전에 항상 노래를 한곡 틀어 주민들이 방송을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또 쓰지 못해 버려진 고물들을 김 이장만의 손재주로 이것저것 만들어 주민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우리 이장은 참말로 잘하지. 오래 했으니까 그만큼 마을에 대해서도 잘알고 덕분에 우리도 이장만 믿고 잘살아”라고 입을 모은다.
김 이장은 “저도 주민들 덕분에 이렇게 오랫동안 마을을 위해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이런 주민들을 위해 마을에 운동기구가 설치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
김종기(73) / 이장
우리 마을은 대마면에서 면적도 가장 크고 농사도 가장 많이 짓는 마을입니다.
이웃들끼리 사이도 좋고 정도 많고 인심도 넉넉해서 주민 화합은 대마면에서 가장 좋습니다.
주민들 덕분에 저도 마을을 위해 일하기가 한결 수월하고 좋습니다.
김춘자(65) / 부녀회장
우리 마을은 1년에 1번씩 마을잔치를 열고 또 매일 경로당에 모여서 함께 식사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정을 나눠요.
작은 것도 서로 나누려고 하니까 얼굴 붉힐 일이 없고 늘 웃으며 화목하게 지내고 있어요.
박종택(78) / 노인회장
우리 이장은 마을에서 ‘방송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항상 마을 방송전에 음악을 틀어서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올해로 18년째 이장을 하는 것보면 얼마나 잘하는지 말 안해도 다 알 거야.
이장 덕분에 우리 마을이 많이 살기 좋아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