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순 영광택시 기사
“어서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차분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편안하다.95년부터 운전을 시작한 한인순(47)씨는 10년을 넘는 세월동안 지역주민의 발이 돼 움직이고 있다. 그는 영광에서 유일한 여성 택시 운전자인 것이다.
“무엇인가 일을 하고 싶어 찾던 중 택시운전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됐고 용기를 내 택시회사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는 한 씨는 “처음 입사했을 당시 회사 사람들 모두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환자 취급을 하며 천대와 멸시를 했었다”며 “1~2달을 못 버틸 것이란 주변의 비아냥거림은 참기 힘든 정신적 고통이었지만 그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오기로 하나로 참고 버텨왔다”고 입사초기 어려웠던 과정들을 밝혔다.
여성운전자로서 힘겨운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무렵 화물차를 운전하던 한 씨의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골반을 다쳐 대소변을 모두 받아내야 하는 남편을 간호하면서도 그는 운전을 놓지 않았다. 이때 몸을 크게 다쳐 힘든 일을 할 수 없게된 그의 남편은 5년전부터 한 씨와 함께 교대로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
그의 차만을 10년째 타고 있다는 그의 단골 승객은 “한 씨의 차를 타면 딸 같고 며느리 같아 마음이 편안하다”며 “처음에는 여성이란 편견 때문에 어색하고 불안했지만 그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었다”고 오랫동안 쌓아온 그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이처럼 한 씨는 고정 손님이 제법 된다. 그들은 주로 연로한 어르신들로서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을 때나 나들이를 갈 때면 꼭 그를 찾고 있다.
“지금껏 단 한번의 사고도 없었다”며 강한 자신감을 표시한 그는 철저히 안전수칙을 지키며 모범운전을 하고 있다.
한 씨는 “지금은 남편의 도움으로 일정한 낮 시간만 운행하지만 처음 운전을 시작할 때는 오전 7시에 운전을 시작해 밤늦은 시간까지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지역을 돌고 또 돌며 손님을 맞이했다”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이 많았던 운전이지만 이젠 모든 것을 극복했고 변함 없이 찾아주는 고객들을 위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운전을 계속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여성운전자란 잘못된 편견속에서도 당당히 제 위치를 찾은 그. 이렇게 강하게 이기며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1남1녀의 어머니였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이 희망이고 낙이니까….
삶을 힘차게 딛고 선 한 씨의 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흔들림 없는 용기와 자신감이 아닌가 싶다. 거리를 지나다 혹 한 씨가 운전하는 택시를 만나게 되면 역경을 딛고 선 그의 귀한 자리에 격려를 가득 담아 반가운 인사를 나눠보자.
저작권자 © 영광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