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 뭐든지 했제"
홍농읍 진덕리 진정마을. 고추모를 밭에 옮기고 지친 발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이 우리네 부모의 힘겨움을 느끼게 한다. 무거운 발걸음의 주인공 신상섭(75)씨. “이젠 나이가 먹어 다리도 아프고 몸이 예전 같지 않구먼.”“나이만 젊고 건강하다면 세상을 참 재미있게 살텐데, 세월이 흘러 늙어 가는 것은 잡아 놓을 수가 없으니 어쩔것인감”이라며 지난 시절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전북 고창 아산이 고향인 신 씨는 지금 살고 있는 홍농으로 수년전 옮겨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흥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3남2녀의 자녀를 돌보고 농사를 짓고 살면서 감춰진 끼를 철저히 감추고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엔 늘 우리가락과 춤이 요동치며 그를 괴롭혔다.
어깨너머로 조금씩 우리민요와 장구장단을 배워오던 그는 50대 초반 영광국악협회에 소속돼 있는 관람제농악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굿과 소리를 익혀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도 특별한 지도를 받은 것은 아니고 예전에 그랬듯이 어깨너머로 모든 가락과 기법을 익혀갔다. 이런 그는 실력이 날로 늘어갔으며 주위사람들의 눈에도 몸짓과 목청은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진정마을의 한 주민은 “신 씨의 장구 솜씨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아주 잘했제. 한참 활동할 때는 인기가 무척 좋았지”라며 “조금 젊은 나이에 시작하고 제대로 배웠다면 인간문화재 버금가는 사람이 되었을 게야”라고 화려했던 신 씨의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신 씨는 전국농악경연대회나 남도문화재,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등에서 구성원과 어울려 수많은 공연을 펼쳤고 두각을 나타낸 그의 재능은 이목을 집중시키며 나름대로 최고를 지켰던 것이다.
그는 전문소리꾼들에 의해 널리 알려진 전통민요는 물론이고 입에서 입으로 그냥 흥얼흥얼 전해져 내려와 사람들의 삶의 냄새가 물씬 배어있고 토속적인 체취가 물씬 풍기는 향토민요까지 구성지게 잘 불렀다.
이렇게 장구면 장구, 소리면 소리를 잘하던 신 씨는 마을에서 열리는 회갑잔치나 칠순잔치 등에 초대돼 장구를 치고 노랫가락을 부르며 주민과 어우러져 즐거움을 함께 나눴다. 이런 그의 넘치는 끼는 이웃지역까지 알려졌고 전북 고창에서는 농악단원 활동을 해 달라는 프로포즈를 받기도 했다. 제의를 받은 그는 짧은 기간이지만 잠깐 외도(?)를 하기도 했다.
“몇년전까지도 법성에서 단오제가 열릴 때면 농악대와 참석해 신명나는 굿판을 벌리곤 했었지”라며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신 씨. 하지만 그의 재능까지 멈춰버린 것은 아니었고 비록 종전과 같은 맹활약을 하지는 못하지만 장구를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지도를 하며 조용히 황혼을 맞이하고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익혀온 그의 재능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주변을 흥겹게 했다. 또 타고난 재능을 이웃과 주변에 펼치고 남기며 진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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