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건강하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어”
“자식들 건강하기만 하면 더 바랄게 없어”
  • 영광21
  • 승인 2017.06.0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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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순 어르신 / 염산면 야월리

“힘든 것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을 하겠어. 그 시절에는 다들 그렇게 살았을 거야.”
연세답지 않게 힘이 넘치는 목소리가 인상적인 염산면 야월리 최갑순(81) 어르신.
열여덟살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나 신성리에서 시집온 최 어르신은 한 사람의 아내로, 며느리이자 7남매의 어머니로 한 평생을 살았다.
“예전에는 논농사, 밭농사 다 지었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아픈 곳이 자꾸 생겨서 매일 병원에 가. 나이들고 나니까 더 이상 농사는 못 짓겠어”라며 “그래도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경로당에는 맨날 나와서 밥먹고 해야지”라며 반갑게 맞아주는 최 어르신.
“옛날엔 고생 많이 했지. 농사짓느라 정신없기도 했고 시집오고 나서부터 평생 시어머니를 모셨어. 시어머니가 94세에 돌아가셨으니까 40년 가까이 모셨을 거야”라며 “힘들었어도 시어머니랑 남편이 있어서 버텼지. 내가 밭일 나가면 시어머니가 애들도 봐주고 했어”라며 옛 기억을 떠올린다.
아들 셋에 딸 넷, 7남매를 낳아 기른 어르신은 힘든 농사일에 밤낮없이 고생하며 살았지만 그 와중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옆에 있던 시어머니와 남편 덕분이었다.
시어머니가 떠난 후 최 어르신이 61살이 되던 해에 남편도 떠났지만 아들, 딸 덕분에 외롭지 않다는 최 어르신은 자식들 칭찬에 여념이 없다.
서울, 수원 등 멀리 떨어져 사는 아들, 딸들은 바쁜 일상에도 홀로 계신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이다. 하루에 1번씩은 꼬박꼬박 전화해 어머니의 안부를 챙기는 탓에 마을에서 효자, 효녀로 소문이 났을 정도다.


순서를 정해놓고 돌아가면서 전화하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의 최 어르신.
추석이나 설날에는 직접 서울로 올라가 아들, 딸들과 시간을 보내는 최 어르신은 “애들이 전부 내려오는 것보다야 내가 올라가는 게 서로 편하지”라고 말한다.
일요일마다 교회에 다니는 최 어르신은 “소원이 뭐가 있겠어. 하나님 말 열심히 믿고 자식들 건강하면 더 바랄게 없어”라고 담담히 말한다.
마을주민들은 어르신이 부지런하다며 입을 모은다. 그 말에 어르신은 “그럼 부지런하지. 하루도 안 빠지고 경로당에서 밥먹고 병원 다니고 하는데”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어렵게 살아온 나날이었지만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흡족하다는 최 어르신. 어르신의 앞날이 더욱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