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내아들만 장가가면 걱정 끝이여”
“우리 막내아들만 장가가면 걱정 끝이여”
  • 영광21
  • 승인 2017.06.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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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순 어르신 / 영광읍 신월리

때 이른 여름을 맞아 메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로당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영광읍 신월리 신흥마을 정복순(82) 어르신.
경로당 바로 옆에 위치한 정 어르신의 집은 어르신을 닮은 듯 깔끔한 외관과 잔디가 깔린정갈한 마당이 눈에 띄었다.
“사는데 바빠서 그동안 재미라는 걸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그 재미를 지금이라도 느끼면서 살아야지.”
꽃다운 나이 열아홉에 4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시집온 어르신은 큰 키와 대조되는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남편을 따라 군서면 매산리에서 영광읍 신월리에 정착해 60여년을 넘게 살아온 정 어르신은 슬하에 딸 둘, 아들 셋으로 5남매를 뒀다.
정 어르신은 시집온 뒤로 소도 키우고 농사도 지으며 힘들게 살았지만 자녀들을 다 키우고 난 지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허리수술을 한 탓에 더 이상 농사는 못 짓고 텃밭에 팥이나 깨를 심으며 산다는 정 어르신.
“남편이 큰아들인데도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다 나밖에 몰랐어”라며 “굉장히 잘 해주셨어”라고 추억에 잠겼다.
 정 어르신이 65세 되던 해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효심 가득한 자녀들 덕분에 외로운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어르신은 자녀들이 모두 효자라고 하면서도 “그래도 역시 가까이 사는 게 좋지. 효자가 따로 있나. 가깝게 있으면서 자주 들여다보고 하면 그게 제일 효도하는 거지”라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다른 자녀들은 서울, 용인, 광주 등에 흩어져 있지만 명절에는 모두 정 어르신댁으로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
“평범하게 살아서 딱히 해줄 이야기가 없어서 어쩌나. 그때 사는 사람들처럼 나도 똑같이 그렇게 살았지”라고 오히려 미안해(?)하는 어르신은 먹고 살기에 바빠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었던 그 시절 부모들이 그랬듯 오로지 가족을 위해 앞만 보며 오랜 고생을 겪었다.
하루하루가 벅차고 힘들어서 재미도 모르고 살아가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사는 재미를 조금씩 느껴간다.
소원을 묻자 “내 나이때 사람들은 소원이 다 비슷비슷하겠지. 자식들 잘 되는 거 말고 소원이 또 따로 있겠어? 그래도 막내아들이 장가가서 손주를 보면 더 사는 재미를 느낄 것 같아”라고 웃는다.
자녀를 위해 숨가쁘게 살아온 나날만큼 정 어르신의 앞날이 재미와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