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여까지 왔응께 앞으로도 잘 살아야지”
“살다보니 여까지 왔응께 앞으로도 잘 살아야지”
  • 영광21
  • 승인 2017.06.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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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복기 어르신 / 홍농읍 신석리

초여름 무더위도 잊고 마을 입구 정자에 앉아 신문을 읽는데 여념이 없는 홍농읍 신석리 명당마을 임복기(80) 어르신.
홍농읍내까지 가서 요가를 하고 왔다는 어르신은 단정한 의복과 진주목걸이로 한껏 멋을 낸 모습이 아직도 소녀같다.
가마미에 살던 어르신은 20살에 홍농읍 진덕리에 사는 동갑 남편과 결혼한 뒤 이곳으로 이사와 47년째 살고 있다.
영광읍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둘째 아들의 축사 일을 도와 부부가 함께 소도 관리하고 식당에서 쓸 채소를 키우며 산다는 어르신은 공부도 해야 하고, 밭일도 해야 하고 뭔가를 배우러 읍내도 가야해 언제나 바쁘다.
지금이야 그나마 여유가 있어 배우러 다니고도 하지만 옛날에는 지금 같은 삶을 꿈도 꾸지 못했다는 어르신.
학교가 너무 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가지 못하고 10살이 돼서야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어르신은 입학하자마자 6·25전쟁이 시작돼 잠시 배움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임 어르신.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는 동안 간병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어르신이 23살에 둘째를 임신했을 때 남편은 입대를 했다. 제대를 한 남편이 결핵에 걸려 생사를 헤매는 상황에서 어르신은 주사 놓는 법까지 배워 남편을 간호했다.
남편의 건강이 안정되자 이제는 나도 내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어르신은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지금껏 써온 일기장을 차곡차곡 쌓아놨다는 어르신은 요새 성경공부에도 푹 빠져있다.
평일에는 무엇이든 배우러 다닌다는 어르신은 월, 화, 목요일에는 요가를 배우고 수요일에는 단전호흡을 배운다.
틈틈이 우리 춤도 배우고 금요일에는 노인대학까지 다닌다. 노인대학에서 같이 강의를 들으며 점심도 먹고 한다는 어르신은 남편과 오붓하게 함께 통학한다.
“애들 잘 살고 나는 남편이랑 같이 공부도 하면서 건강하게 사는 거지”라며 소원을 말하는 어르신은 남편 이야기에 저 멀리서 농사일에 정신이 없는 한 사람을 가리킨다.
요새 관정작업으로 바쁘다고 말하는 어르신은 남편을 바라보는 모습이 60년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신혼부부 같이 다정하다.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는 어르신이 앞으로도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하면서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