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박사학위 반대엔 이유가 있다
이건희 회장의 박사학위 반대엔 이유가 있다
  • 영광21
  • 승인 2005.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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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일 고려대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대학측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다고 하여 학생들이 반대를 하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대학생들의 젊은 혈기'라고 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지만 대학생들의 대표인 총학생회가 반대한 것을 보면 단순히 축소해석으로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이날의 소동은 화려한 삼성의 뒤편에 감추어져 있던 그늘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라고 하겠다. 자본주의의 화려한 실적에 포장돼 쉽게 보이지 않는 그늘을 대학생들마저 간과해 사회의 보편적 원칙과 정의에 어긋나는 것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이미 우리 사회는 죽은 사회와 다름없다고 하겠다.

또한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과 논의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대학 관리당국에서 일방적으로 행사를 준비한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분명히 괄목할만한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외의 찬사를 받는 기업이 된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당연히 존경받는 기업과 기업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으로 뛰어난 경영실적을 자랑하는 반면에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무노조 경영과 자식들에 대한 편법 상속, 총수의 황제경영 등으로 늘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한 기업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삼성기업은 어느덧 우리나라 경제력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 작년 삼성전자가 기록한 10조원의 경이적인 이익은 어느새 우리 뇌리에 삼성과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일종의 환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기업인의 명예를 빛내기 위해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진정으로 존경받을 만한 인사라면 대학생들이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만약 미래기업 회장이란 자리를 떠나면서 모든 경영권을 기꺼이 전문경영인에게 물려준 정문술 회장이나 안철수 연구소라는 잘나가는 기업의 사장자리를 재충전을 위해 과감히 내던진 안철수 사장과 같은 기업인이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러 왔었어도 이건희 회장의 경우처럼 학생들이 이렇게 반대를 했을까를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지난 2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발표하면서 삼성을 39위로 꼽았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이건희 회장이 심심찮게 꼽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존경의 관점이다.

사전적 의미의 존경은 남의 훌륭한 행위나 인격 따위를 높여 공경하는 것을 뜻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 하더라고 자본주의 논리를 지나치게 확대해 존경의 의미까지 자본주의적 성취인 화려한 경영실적이나 부의 축적의 정도가 척도가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노동탄압과 편법세습 등의 부끄러운 꼬리표를 달고서도 존경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번 고려대 사건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영인을 국내에서 인정하지 않은 철부지와 같은 행동으로 치부하지 말고 진정으로 존경받는 기업과 기업인으로 평가받기 위한 필요조건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