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살았지만 지금은 괜찮은 삶이지”
“힘겹게 살았지만 지금은 괜찮은 삶이지”
  • 영광21
  • 승인 2017.08.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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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선 어르신(백수읍 지산리)

마당 가득 향긋한 허브향기로 가득하다.
바로 앞에 흐르는 하천과 커다란 로즈마리 나무, 대문옆 커다란 수국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집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백수읍 지산리 손종선(85) 어르신.
군남면 대덕리에서 태어난 손종선 어르신은 22살에 3살 연하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그냥 괜찮아서 결혼했어”라고 말하지만 표정에서는 쑥스러움이 묻어나는 손 어르신.
결혼한지 1년만에 군입대를 한 어르신은 “군대에 있는 동안 첫째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어”라고 말한다.
3년후 제대한 어르신은 백수읍으로 이사와 논농사를 지으며 아내와 아이들, 친형제 2명과 함께 살았다. 식구는 많고 버는 돈은 적어 힘겹게 살았지만 손 어르신에게 그 시간들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딸 둘에 아들 셋을 둔 어르신이 아이들을 교육시킬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인성’이다. ‘공부보다는 먼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교육관으로 엄하게 아이들을 가르쳤던 손 어르신.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일단 내가 먼저 제대로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라며 “그래서 종종 아이들을 불러다 절대 야단치거나 혼내지 않을 테니 내가 아버지로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적어달라고 했어”라고 말한다.
그렇게 자녀들이 작성해준 것들을 보며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점들이 있어서 반성도 많이 했다고.
“옛 시절부터 제대로 못 먹어서 배고픈 게 가장 힘들었어”라며 “근데 그걸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겪게 한 게 가장 미안하고 마음에 남지”라고 말한다.
힘든 유년시절을 겪었지만 어르신의 교육 아래 바르게 자란 자녀들은 현재 장성해 부모를 살뜰히 챙긴다. 특히 큰아들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화해 어르신이 식사는 제대로 했는지 물으며 하루에도 4 ~ 5번은 전화할 정도로 효자다.
자녀들이 대부분 서울에 있어서 명절 때는 자녀들에게 가는 손 어르신은 둘째아들 집에다 어르신의 방을 만들어 올라갈 때마다 며칠씩 머물다 온다.
현재 텃밭에 자녀들을 위한 서리태를 심고, 마당을 가꾸고, 집앞 평상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모여 백숙도 먹고 하면서 느긋한 삶을 보내는 손 어르신.
“힘겹게 살았지만 이제는 다 했으니 됐어”라며 “아이들도 다 자리잡고 잘 사니 소원도 없어”라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