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이 달려왔으니 이제는 느긋하게”
“쉴 틈 없이 달려왔으니 이제는 느긋하게”
  • 영광21
  • 승인 2017.08.3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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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금순 어르신 / 군서면 남계리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이 어느덧 저 멀리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하는 청량한 바람이 분다.
탁 트인 경관에 시원한 바람이 기분좋은 군서면 남계리 모정에서 환하게 맞아주는 한금순(83) 어르신.
밝은색 의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어르신은 모정에 마을어르신들과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군서면 매산리 출신인 한 어르신은 20살에 중매로 1살 연상 남편을 만나 남계리로 시집을 왔다.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서 벼농사에, 밭농사에 힘들게 살았다는 한 어르신.
“시집와서 남편이랑 시부모뿐만 아니라 3살, 5살, 7살, 14살, 19살 시아제가 5명이나 있었어”라며 “시아제들을 거의 다 내가 자식처럼 키웠지”라고 말한다.
농사일로 늘 바쁘게 일하고 남편의 남동생들을 돌봤던 어르신에게는 매일 금방 가버리는 하루가 너무나도 아쉽고 짧게 느껴졌다. 그렇게 쉴 틈 없이 일하며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10년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못해 늘 죄스러운 마음으로 살았다는 한 어르신.
“결혼하고 13년 동안 아이를 갖지 못해서 남편에게나 시부모에게나 늘 미안했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며느리가 미웠을 법도 한데 우리 시부모는 구박 한번 안했어”라며 “시부모가 좋은 분들이었어. 정말 잘해줬지”라고 말하는 한 어르신.
그렇게 33살에 첫 아들을 낳은 한 어르신은 시동생들을 전부 자식처럼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이 낳은 첫 아이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결혼후 오랜 기간이 지나 겨우 낳은 아이는 어르신의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해 날이 갈수록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세월이 지나 어르신이 키워낸 시동생들이 모두 출가한 후 남편과 행복하게 살던중 한 어르신이 48살이 되던 해에 경운기 사고로 남편을 먼저 떠나 보냈다. 70살이 되던 해에는 혈압으로 쓰러져 농사도 짓지 못한다는 한 어르신. 하지만 그런 한 어르신의 곁에는 어느덧 장성한 아들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어 허전할 틈이 없다.
현재 광주에서 살고 있는 한 어르신의 아들은 늘 전화로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1달에 1번은 꼭 찾아와 어머니가 잘 계신지 살핀다. 늘 바쁘게 살아와 주변을 둘러볼 틈이 없었다던 한 어르신은 늦게나마 여유롭게 살아가는 중이다.
매일같이 모정에 나와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도 하며 지낸다는 한 어르신. 쉴 틈 없이 살아온 만큼 앞으로는 느긋하게 삶을 즐기며 살아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