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터미널 정홍식 아저씨
영광터미널 정홍식 아저씨
  • 김광훈
  • 승인 200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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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 넘치는 삶의 자세' 칭찬 이유
밝음과 나눔의 영광을 꿈꾸며 <영광21>은 매주 칭찬 주인공을 찾아갑니다. '칭찬 릴레이'는 우리 주변의 작은 친절, 배려, 선행에서부터 큰 칭찬 사유를 가진 모든 분들을 대상으로 하며 독자 여러분의 정보 제공이 큰 역할을 합니다. 창간호 첫 칭찬 주인공은 영광터미널에서 청소 일을 하시는 정홍식(55세)씨입니다. 단지 일에 대한 책임감을 넘어 자부심 넘치는 삶의 자세가 이번 주 칭찬 이유입니다.

그냥 옆집 아저씨다.
흔한 인상이기에 그냥 지나칠성 싶은데 사람들의 시선을 묶는 무언가가 있다. "내일이니까 내집처럼 열심히 할 뿐"이라고 운을 뗀 아저씨는 영광의 관문인 터미널에서 관리업무와 굿은 일을 도맡아 하며 터미널 작은 숙소에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영광사람이 아니다. 3형제 교육 문제로 함평에서 낮선 영광에 온지 벌써 1년10개월째 돼간다. 가족들이 많이 그리워 인접군 함평집에 쉬 다녀 올만 하건만 공용장소에 대한 책임감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단다.

사회 통념상 낮은 곳의 일이기에 남의 시선에 무게도 둘련 만 아랑곳 않고 항상 묵묵히 청소일에 열심이신 아저씨를 만나 겉모습에 더해 속에 있는 말까지 들어 봤다.
"왜 나라고 남의 시선이 신경 안 쓰이겠어. 그보단 공공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담배꽁초를 버리면 나무라는 것보다 보는 앞에서 직접 줍는 것이 상대에게 더 많은 것들을 전해주지"라며 직접 보여주는 실천을 통해 군민들에게 공공성을 말한단다.

"청소년은 이땅의 미래이자 또래 자녀가 있기에 더욱 마음이 쓰인다"며 "나야 교육이 낮지만 학생들은 더 배우지 않았냐고...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청소를 해야하는 나를 도와 달라"고 직접 군내버스에 올라 공공의식에 대해 학생들에게 당부를 한 적도 있단다.

장날이면 소매치기에 의해 화장실에 지갑이 쌓여 경찰과 함께 소매치기 근절 활동을 폈던 일, 분실물을 찾아준 일, 화장실 청소시 겪었던 애피소드 등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곳 이기에 뜻하지 않는 일들도 많다"며 그간에 겪은 일을 풀어놓는다.

영광의 관문을 가장 먼저 열어 가장 나중까지 남는 아저씨는 터미널 주변에 "무슨 일이 생길까봐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이룬다."는 고충과 함께 "쓰레기는 꼭 쓰레기통에 버리고 화장실도 좀더 청결하게 사용해 달라"며 영광군민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늘도 영광 터미널에 가면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그에 더해 나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그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