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만 건강하면 소원이 없지”
“자녀들만 건강하면 소원이 없지”
  • 영광21
  • 승인 2017.09.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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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임 어르신 / 홍농읍 신석리

“여기까지 이렇게 와줘서 고맙네”라고 말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홍농읍 신석리 박정님(80) 어르신.
낯선 이방인의 방문에도 만나자마자 안아주는 모습이 정겹다. 8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장난스런 표정과 낭랑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어르신은 영광에 정착한지 벌써 60여년이 흘렀다.
고창출신인 어르신은 21살 나이에 2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홍농읍 신석리로 시집을 왔다.
시집와서 벼농사와 고구마, 콩 등 밭농사를 지으며 살림에 보탰던 어르신은 23살에 첫째딸을 낳았다.
아들 둘에 딸 셋을 낳은 어르신은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며 바쁘게 살았다. 어르신의 남편 역시 안해본 일이 없다고.
“우리 남편은 애들을 먹여 살리려고 돼지를 키우고 고추농사도 짓고 서울에서 소금장사를 하기도 했어”라며 “학력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됨됨이가 바른 분이지”라고 말한다.
또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그랬듯이 형편이 어려워서 아이들을 풍족하게 키우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지”라며 “좋은 것으로만 먹이고, 입히고 싶었고 잘 가르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게 지금도 미안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르신의 자녀들은 모두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잘하며 무탈없이 자랐다. 커가면서 나쁜 말 한번 해본 적 없다는 어르신의 자녀들은 현재 부모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효자, 효녀로 장성했다.
박 어르신의 딸들은 서울에, 아들들은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며 직장생활을 하느라 바쁘지만 바쁜 와중에도 매일같이 전화해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다.
명절에는 딸들은 바빠 잘 내려오지 못하지만 다같이 모이게 되면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명절 때 보는 손주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는 박 어르신.
“손주들이 내려와서 보면 정말 말도 못하게 예뻐”라며 “손주들을 보고 있으면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는 기분이야”라고 말한다.
쌈짓돈을 조금씩 저축해 손주의 입학금도 내줬다는 박 어르신은 자녀들과 손주들만 건강하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애들이 필요하다면 내 모든 것을 다 내줄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해”라며 “내 아이들이랑 손주들만 건강하면 소원도 없어”라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