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바쁘게 살아가는 이웃들
명절에도 바쁘게 살아가는 이웃들
  • 영광21
  • 승인 2017.09.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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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는 황금연휴지만 저희는 전쟁이죠”

응급실 간호사 전윤미 씨

간호사 중에서도 제일 힘들다는 응급실 간호사를 현재 4년째 하고 있는 전윤미(37)씨는 단 한번도 추석명절을 가족들과 함께 보낸 기억이 없다.
남들은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친척들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달콤한 휴일을 보내지만 매번 추석마다 전 씨는 연휴전쟁을 치른다.
전 씨는 “평소에는 50여명의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지만 동네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에는 200여명 가까이 찾아와요”라며 “7 ~ 8명의 응급실 간호사들이 3교대로 돌아가며 환자들을 전담해요”라고 말한다.
영광출신인 전 씨는 시댁인 강원도 철원은 물론이고 친정에 가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꿈도 못꾼다. 
“먼 타지가 고향인 동료 간호사들은 명절에 가족들을 만날 생각조차하기 어려워 안타까운 면이 많죠”라고 말하는 전 씨.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온가족이 떠난 쓸쓸한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출근을 준비해야만 한다.
그녀가 힘든 응급실 간호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들을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이다.
전 씨는 “특히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죠”라며 “남들이 쉴 때 가족들과함께 하지 못하고 힘든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추석 때는 응급실로 온가족이 함께 영양제를 맞으러 오는 따뜻한 풍경도 있지만 명절날 보호자도 없이 아파서 혼자 찾아오는 안타까운 사연도 심심찮게 있다고.
바쁜 추석연휴를 보내는 와중에도 아프다고 해서 간호사들에게 폭언을 일삼는 일부 환자들로 인해 길고 긴 추석의 하루가 더 길어진다.
전 씨는 “아파서 괴로운건 이해하지만 폭언, 욕설을 하는 환자분들도 조금은 간호사의 입장을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라며 “간호사도 누군가의 딸, 엄마인 만큼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라고 말한다.

“저희에게 추석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버스 운전기사 신용해 씨

20여년째 영광교통에서 군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신용해(59)씨는 친척들의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기 때문에 집안 어른들이 명절 때 찾아와도 잠깐 얼굴을 보는 것뿐이고 외지에 사는 친척들을 보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신 씨는 “명절 때는 추석 귀성객과 귀향객들로 인해 정신없이 복잡합니다”라며 “교통체증은 평소보다 더 심하지만 승객은 오히려 더 적어서 얼마 안되는 승객들을 태우고 복잡한 도로주행을 해야만 합니다”라고 말한다.
요즘은 자가용이 많아져 전보다 승객이 줄어들었지만 한창 때는 추석명절만 되면 짐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서로 자기짐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신 씨는 “예전에는 간혹 승객들에게 어르신들이 삶은 달걀을 나눠주기도 하고 이런 살가운 정이 있어 힘든 명절에도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라며 “요즘은 그런 모습도 다 추억이 됐습니다”라고 말한다.
자가용이 많아지고 대가족이 줄어든 탓에 지금은 시골버스에서 나누는 추석의 따뜻한 정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조금은 아쉽다.
가족들과 함께 할 사이도 없이 쉴새 없이 운전을 해야만 하는 하루는 버겁기만 하다. 그래도 가장으로서, 운전기사로 책임을 지기위해 신 씨는 버스에 오른다.
명절 때 형제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신 씨는 처가에 간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하다. 그래도 가족들이 버스기사의 업무에 대해 알고 이해해줘 고맙다. 추석 때는 특히 외지에서 오는 손님이 많아 신 씨는 자칭 관광안내원으로 변한다.
신 씨는 “외지에서 사용하는 교통카드가 호환이 안되는 경우가 있어 도와줄 때도 있습니다”라며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온 외지인들에게 발전된 영광군의 모습을 설명해주고 하루동안 돌아볼만한 관내 관광코스에 대해 알려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