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삶이었지만 이제는 여유롭게”
“힘든 삶이었지만 이제는 여유롭게”
  • 영광21
  • 승인 2018.01.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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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열 어르신 / 홍농읍 신석리

추운 겨울 마을 어귀까지 직접 마중나온 김성열(83) 어르신은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83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의 어르신과 부부답게 온화한 표정이 똑 닮은 나옥례(79) 어르신 부부는 현재 61년째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하고 있다.
홍농읍 신석리가 고향인 22살의 김 어르신에게 전북 고창에서 17살의 나이에 시집을 왔다는 나 어르신.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어르신은 갖은 고생을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2살 무렵에 아버지가 떠나고 29살에 혼자가 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 어르신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던 형편에 결혼을 하고 자신의 가정이 생기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3남3녀를 낳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는데 형편이 워낙 어려워서 중학교까지만 보냈어. 막내아들만 대학에 보냈지”라며 “다들 착한 아이들이었는데 어렸을 때 못 해준게 너무 많아 미안할 따름이야”라고 그 시절을 회상하는 김 어르신.
현재 장성한 두 어르신의 자녀들은 서울, 전주 등에 살며 어르신 부부를 살뜰히 챙긴다.
명절 때가 아니더라도 찾아오고 전화도 자주 한다는 어르신의 자녀들은 자신들이 보내는 용돈을 받지 않는 어르신 때문에 속상해하기도 했다고.
“내가 용돈을 자꾸 거절하니까 하루는 둘째 딸이 ‘우리가 아버지한테 용돈을 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건데 그렇게 안 받으면 우리도 속상하니까 그냥 고맙다고 하고 받아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고”라며 “그런데 그냥 고맙다고 말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하루종일 ‘고맙다’고 말하는 연습까지 했다니까”라고 말하는 김 어르신.
옛 시절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에도 버거워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조차 서툴렀던 김 어르신은 지금이나마 가족간의 정을 서서히 배워가는 중이다.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들어서 농사는 못 짓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지낸다는 김 어르신.
“농촌지도자회 회장을 지낸 적이 있고 홍농읍김해김씨종친회 회장으로도 17년간 활동했었어”라며 “지금은 영광군김해김씨종친회 상임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그 경력에 걸맞게 어르신의 집 한쪽 벽면에는 각종 공로패와 감사패가 가득하다.
힘겨웠던 시절을 보내고 이제야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김 어르신과 나 어르신. 두 어르신의 앞날이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라본다.
성슬기 기자 ssg599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