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겨울 멀리까지 마중나온 어르신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하다. 83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고운 얼굴을 자랑하는 유숙자(83·사진 왼쪽) 어르신은 전북 무주 설천리에서 태어나 4살때 영광읍으로 이사를 왔다.
영광스포티움이 생기기 전 뒤쪽에 있었던 ‘원구개’라는 마을에서 자랐다는 유 어르신은 19살에 4살 연상인 23살 남편을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사진만 왔다갔다 하고 결혼을 결정했는데 결혼 전날 남편이 부산에서 우리 집으로 내려와서 그때 처음 얼굴을 봤어”라며 “그래도 내 남편이라고 결혼 전날 식사를 하는데 남편 앞으로만 맛있는 음식을 밀어주다가 집안 어른들이 나한테 나가라고 하면서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라고 웃는 유 어르신.
그게 시작이었는지 유난히 금슬이 좋았던 유 어르신 부부는 아들 셋, 딸 다섯을 낳아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다. 큰 집에서 우체국에 근무했던 남편과 일꾼들을 두고 아이들을 키우며 그 시절을 풍족하게 보냈던 유 어르신.
하지만 아들 한명을 교통사고로, 딸 한명을 질병으로 먼저 떠나보냈다는 어르신은 2살, 3살 먹은 아이들을 두고 떠나버린 사위 대신에 손주들까지 거둬들여 키웠다.
유 어르신은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나 손주들이 어쩜 그렇게 말도 잘 듣고 예쁜지 키우느라 힘든 것 하나 없었어”라고 말한다.
그렇게 어르신이 키워낸 자식들은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간호사 등으로 일하며 누구보다 살뜰히 어머니를 챙긴다. 또 어르신이 키워낸 손주들도 포항에서 일하며 부모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챙긴다고.
유 어르신은 “손주가 포항 제약회사에서 일하는데 어제도 와서 영양제를 놔주고 가고 또 오늘은 방금 딸도 왔다 갔어”라고 흐뭇한 표정이다.
“3년전 남편을 떠나보내고 저녁에 집으로 들어갈 때면 텅빈 집에 혼자 불을 켜는 것이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다”는 유 어르신은 그래도 매일같이 연락하고 자주 찾아오는 자녀들과 손주들로 그 빈자리를 대신 채워가는 중이다.
또 전정애(78) 어르신과 친구처럼 매일 함께 하는 유 어르신. 오전 8시면 집을 나서서 1시간씩 걷기운동을 한다는 유 어르신은 “굳이 바란다면 마을에 운동기구가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웃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손주들 역시 건강하게 잘 살면 좋겠어”라고 얘기한다.
성슬기 기자 ssg599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