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웃음소리 가득한 장등마을
환한 웃음소리 가득한 장등마을
  • 영광21
  • 승인 2018.03.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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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 묘량면 덕흥3리

손을 꽁꽁 얼게 하던 한겨울 추위가 봄을 알리는 소리에 차츰 물러났다. 따뜻해진 날씨에 집밖을 나온 어르신들로 마을회관이 북적북적하다.
마을에 미용실이 하나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어르신들이 “추운디 오느라 고생했다”며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넨다.
묘량면 덕흥3리는 장등마을이 유일한 자연마을이다.
장암산 기봉 소산맥의 양분지로 형성해 북쪽으로는 대마면, 남쪽으로는 불갑면, 동으로 장성군 삼서면, 함평군 해보면과 경계하고 있는 묘량면은 미맥위주의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평지로 이뤄져 마을주민들도 주로 벼, 보리, 담배, 배추, 무 등을 재배하며 안정된 소득을 유지해왔다.
올해 여든 다섯으로 장등마을과 가장 오랜 세월을 함께 했다는 박성수 어르신은 “우리 마을이 350~400년된 전통 있는 마을이야. 왜 장등마을인고 하면 지형이 서북쪽으로 긴 등선을 이루고 있었어. 이 등선 마지막 자락에 마을이 형성됐다고 해서 긴등으로 불리다가 한자어로 장등이라 바뀐 것이여”라며 “옛날에는 마을앞까지 서해안 갯물도 들어왔어. 나 어릴 땐 조개도 잡아먹고 게도 먹고 컸어. 재밌었는디”라고 말한다.
옆에 있던 한 어르신은 “내가 덧붙이자믄 묘량면이 조선말에는 황량이랑 묘장으로 나눠져 있었는디 1910년도에 통합해서 묘량면으로 바뀌었어. 90년대에 덕동리와 장등리, 흥곡리가 병합돼 덕동과 흥곡 이름을 따서 덕흥리가 만들어졌제”라고 말한다.

덕 있고 우애 좋은 장등마을
장등마을은 현재 27가구에 50여명의 주민들이 도란도란 모여 살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마을을 이끌게 된 김철환 이장은 덕 있고 화목한 마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매일 아침 회관에 모여 주민들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티타임시간을 만들었다. 이를 시작으로 주민들은 너도나도 맛있는 음식을 싸서 함께 회관에 모여 어릴 때 추억을 나누기도 하고 노후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지 이야기 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고.
주민들은 “우리 마을이 면에서도 인정받은 마을이여. 단합이 잘되고 우애가 좋고 남 비평하는 사람 없이 꾸준히 소득도 잘 내는 마을로 인정받았어. 주변 마을에서도 다 우리 마을이 우애가 좋다고 부러워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매년 어버이날을 맞이해 경로당에 모두 모여 큰 잔치를 벌인다는 장등마을 주민들. 주민들이 형제자매처럼 지낼 수 있도록 마을 화합을 이끈 김철환 이장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지내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밝힌다.
그는 또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습니다. 주민들 대다수가 70~80대이다 보니 논과 밭이 있어도 예전처럼 일하기엔 벅차요. 군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이 마련된다면 바랄게 없어요”라고 얘기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

김철환(64) / 이장
우리 마을에는 특별한 시간이 있습니다. 매일 아침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죠.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듣는 소통의 시간이 마을 화합을 이끄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김오순(79) / 마을주민
장등마을에서 자라고 결혼해서 자식 키우며 평생을 살았어요.
젊었을 적 연애는 꿈도 못꾸는 시대였는데 영감하고 연애결혼해서 토끼같은 자식들 낳고 행복하게 살았죠. 장등마을은 내 일생이 담긴 공간입니다.

김경범(74) / 노인회장
우리 이장님은 다른 마을 이장님들하고 달라요. 살맛나는 마을로 만들어보고자 노력하는 모습부터 차원이 달라요.
마을주민으로서 고맙죠. 이장님 덕분에 주민 모두 단합해서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