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흥미진진한 간첩 이야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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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21
  • 승인 2018.03.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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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본 간서 - 가장 오래된 첩자 이야기> 현대사회를 이야기하다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사기> 전문가로 한·중을 오가며 꾸준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한국사마천학회 김영수(59) 이사장이 지난 20일 중국 최초의 간첩 연구서로 꼽히는 <간서>를 번역·해석한 <비본 간서-가장 오래된 첩자 이야기>를 새롭게 출간했다.
청나라 말기인 19세기 중엽 때 사람 주봉갑이 쓴 <간서>는 중국 상고시대 하나라부터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약 4,000년에 걸친 간첩 활동과 관련한 사료를 모아 고대 간첩 문제를 체계적으로 논술한 책이다.
하나라를 중흥시킨 최초의 간첩 여애, 간첩을 이웃 조나라 왕실에 침투시켜 조나라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파악한 전국시대 위공자 신릉군, 이간책으로 항우와 범증을 갈라놓음으로  유방을 초한쟁패의 최후 승리자로 만든 진평, 조조가 보낸 간첩 장간을 역이용해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유 등 80개에 이르는 풍부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영원한 익명의 조연 간첩과 간첩 이론, 간첩 활용술을 살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비본 간서>는 세계 최초의 간첩 전문서를 번역하고 해설과 함께 현대의 경영이나 사회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유사한 일부 사례들을 해당 항목에 맞춰 소개했다.

주봉갑과 간서
<간서>를 엮고 지은 주봉갑은 나고 죽은 해가 분명치 않다. 청나라 도광제와 함풍제 연간인 19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것으로 추정한다.
주봉갑은 함풍 4년인 1854년 무렵부터 귀주에서 벼슬을 했다. 그런데 당시 귀주에서는 묘적의 봉기가 발발하는 통에 주봉갑은 붓을 버리고 전투에 참여해 봉기군을 진압하는 데 나서게 됐다.
바로 이때 주봉갑은 간첩 활용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다양한 문헌과 전적들을 정성을 다해 수집한 다음 이를 다시 정리하고 체계를 잡아 마침내 함풍 5년인 1855년 간첩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저술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간서>다.
<간서>는 중국 고대 군사 문헌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간첩 이론을 전문적으로 논술한 저술로 그 문헌학적 가치가 대단히 높다.
간첩 활동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계통적으로 논술함으로써 중요한 이론적 가치를 갖추고 있으며 <간서>가 체현하고 있는 지식 체계는 전문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대단히 광범위한 사회적 인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 실용적 가치가 매우 크다.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익명
동양에서는 중국의 기록들이 간첩과 관련해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서양 간첩의 역사가 고대에 단편적으로 등장하다 상당 기간 공백을 보이는 반면 중국의 간첩 관련 기록은 그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간첩은 은밀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어서 이름이 남지 않았다.
조직 역시 임시성이 강해서 확실한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간첩은 종종 전쟁의 승부는 물론 조직과 국가 나아가서는 민족의 운명을 결정짓는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간첩의 이 같은 역사적 의의에 비해 그에 관한 제대로 된 인식이나 전문적인 연구는 수천년 동안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점에서 주봉갑이 편찬한 <간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의를 갖는 것은 물론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담은 최초의 간첩 전문서로서 향후 깊은 연구를 기다리고 있는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지은이 / 김영수

<사기>에서 발견한 <간서>의 진가

저자 김영수 이사장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고대 한·중 관계사로 석사·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영산선학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한국사마천학회 상임이사, 중국 소진학회 초빙이사, 중국 섬서성 사마천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사기> 곳곳에서 발견되는 첩자 관련 기록을 검토하면서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수천년전이나 지금이나 정보의 중요도는 단 한번도 외면당하거나 도외시된 적이 없다. 저자는 이들이 남긴 사례를 통해 과거와 지금의 정보 수집의 중요성과 그 방법들에 주목했고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간첩 전문서인 <간서>를 번역 해설한 <비본 간서>를 펴냈다.
지금 세계의 간첩 활동은 이미 군사 영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정치판의 각축,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 인생에서의 고군분투 등이 모두 정보와 관련한 일이 없이는 불가능해졌다.
인류는 이미 고도의 정보화 시대에 진입했다. 정보를 얻고 정보를 조작하고 정보를 고의로 전달하는 일은 이미 정치와 경제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관건이 됐다.
따라서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일은 국가의 안전, 사회의 진보, 사업의 성공에 지극히 중요한 임무가 됐다.
이런 점에서 <간서>의 정교하고 모범적인 사례와 논술은 현대의 우리에게 뛰어난 참고자료로서 값어치를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