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상한테 요가 배움서 재미나게 사네”
“우리 선상한테 요가 배움서 재미나게 사네”
  • 영광21
  • 승인 2018.03.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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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순 어르신 / 백수읍 양성리

“젊었을 때 나 혼자 자식들 입히고 먹일라고 고생많았어. 지금은 요가도 배움서 마을 사람들이랑 재미나게 산당게.”
환하게 웃으며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월암댁 정옥순(85) 어르신.
정 어르신은 염산면에서 태어나 열아홉 꽃다운 나이에 4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백수읍으로 시집와 37살 젊은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냈다. 5남매 중 큰아들이었던 남편의 아내이자 큰며느리로 살며 홀로 힘들게 네 명의 자식들을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19살에 시집왔는디 그땐 연애하믄 안된게 서방을 중매로 만났제. 어디가 좋은지도 모르고 어른들이 맞춰주니까 살았어. 큰며느리인게 시집살이로 고생 솔차니 했는디 혼자 되고 나서는 먹고 사는 거 때문에 더 힘들게 살림했어. 그래도 혼자 삼서 시아버지가 다 도와준게 살았제 안그랬음 못살았어.”
좋은 것은 아니더라도 남부럽지 않게 자식들 가르치고 먹이기 위해 베도 짜고 고추, 콩, 담배 등 할 수 있는 대로 농사도 지었다.
정 어르신은 “젊어서 베를 짠다는 것은 말도 못할 일이지 얼마나 고된지 해본 사람만 알어. 그걸로 자식들도 다 키우고 시누, 시아제들 시집 장가보내고 그랬제. 나가 베짜기를 직접 한 마지막 세대여.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기계로 다 하지”라고 말한다.
“고생을 얼마나 한지 몰라. 그때 집이 산에 있었는디 야외 화장실서 인분을 기다렸다가 소매지고 밭에까지 소매통 나르는 게 일이었어”라는 정 어르신은 “서방이 없은게 아버지가 해놓은 나무를 지게에 지고 들에서 보리 갈아가꼬 리어카로 한가득 싣고 산까지 한참을 올라가곤 했지. 그럼 몸이 퉁퉁 붓고 난리여”라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래도 고생하고 헌신한 날들이 있었기에 자식들을 건강하고 바르게 키울 수 있었다는 정 어르신.
“내가 아들 셋에 딸 하나여. 큰딸은 광주 살고 둘째는 안산살고 막둥이는 백수서 장어 잡아. 울 자식들 모두 똑똑하고 최고야”라며 여느 부모들처럼 자식자랑에 여념이 없다.
요즘 정 어르신은 요가에 푹 빠져 매일을 재미나게 산다. “얼마전부터 마을 경로당에 요가 선상이 와서 운동을 갈챠준디 1주일에 세번이나 배워”라고 말하는 정 어르신은 “일할 때는 부지런히 일하고 쉴 때는 마을사람들하고 먹고 놀고 하니까 재미나는 삶이여. 인자 바라는 게 있다면 자식들 손주들 건강하게 사는 것이 전부야”라고 말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