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돈독한 이웃사촌은 없지”
“우리보다 돈독한 이웃사촌은 없지”
  • 영광21
  • 승인 2018.03.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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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 영광읍 백학2리

고소한 떡 냄새가 가득한 지산정경로당. 정월대보름을 맞아 백학2리 마을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을주민들은 동그랗게 모여 앉아 올해도 대보름처럼 풍성하고 밝은 한해를 함께 하자며 덕담을 나눈다.
영광읍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백학2리는 432가구에 1,0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백학리는 1914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흰백百자와 두루미학鶴자를 써서 백학리로 불리게 됐다.
백학리라는 지명이 생기기 전 주민들 사이에서는 성산리 밑에 있다고 해 ‘생밑에’라고 불리기도 했다. 백학2리는 영광읍에서 가장 큰 마을로 주민들은 직장인, 사업가, 공무원, 농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마을에는 현직 백만수 영광읍장을 비롯해 4명의 읍장을 배출하는 등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
임춘자 이장은 “다른 마을에 비해 주민들이 많아 한꺼번에 모이기는 힘들지만 전화 1통이면 20분도 안돼서 경로당이 꽉 찰만큼 결속력이 대단해요”라며 “지산정경로당도 마을주민들이 자금을 모아 지었어요. 그만큼 주민들끼리 돈독하게 지냅니다”라고 웃는다.

가족처럼 동고동락하는 백학2리 사람들
이웃간에 서로 형제, 자매처럼 사이좋게 지낸다는 백학2리 주민들은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엔 모정에 모여 이집 저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다.
마을 어르신들은 “겨울에는 날씨 풀리기만을 기다려. 모정에 나가서 언니 동생들이랑 노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라며 “주민수에 비해 모정이 작아서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들을 위해 공간이 좀 더 커졌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올해로 1년7개월째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임 이장은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을 살려 섬세하고 꼼꼼하게 1,000명이 넘는 주민들을 보살피고 있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이나 어렵게 사는 가정을 들여다보며 이것 저것 챙겨주는 임 이장이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자식 같고 며느리 같은 존재다.
한 어르신은 “아이고 말도 못해. 내 자식보다 더 잘해주니까 나도 이장 보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맛있는 거 생기면 제일 먼저 가져다 줘”라고 말한다.
어르신들의 따뜻한 정에 눈시울이 붉어진 날이 많았다는 임 이장은 “어르신들이 계란 한판, 딸기 한상자 가지고 집에 찾아오셔요. 오다가 무슨 일 생기시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에 눈물이 나더라구요”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새내기 임 이장에게도 고민이 있다. 매일 저녁, 야간 순찰을 돌다가 거리에 널부러진 쓰레기 더미와 비행청소년들이 모정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을 여러번 목격한 것.
임 이장은 “마을에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공간이 생겨났으면 합니다”라며 “또 깨끗한 우리 마을을 위해 주민분들이 쓰레기를 꼭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버려주시길 바래요”라고 말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


 

임춘자(64) / 이장

가끔 어렵게 사시거나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의 가정을 방문해 들여다보곤 해요.
그럼 고맙다며 딸기 한상자를 수레에 싣고 길 건너 저희 집까지 가져다주셔요. 어르신들의 넘치는 정에 눈가가 촉촉해질 정도로 감사합니다.


 

이안례(76) / 노인회장

주민들 모두가 다 언니고 아우고 형제고 이웃사촌이죠. 우리들이야말로 이웃사촌을 넘어 진정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잘한 일이건 잘못한 일이건 안아주고 보듬어주려고 하는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한정순(69) / 마을주민

45년간 백학2리에 살았어요.
긴 세월 이 마을과 함께 하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동 샘 옆에 큰 당산나무가 사라진 것입니다. 당산나무 옆에서 물을 길러 마시기도 하고 빨래도 했던 그 때가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