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적엔 고생 많았지만 지금은 행복하네”
“젊은적엔 고생 많았지만 지금은 행복하네”
  • 영광21
  • 승인 2018.03.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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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이 어르신 / 대마면 남산리

“아들아 오래도록 복 많이 받고 행복하게 살아라.”
삐뚤삐뚤한 글씨로 자식들에게 정성을 다해 한자, 한자 편지를 쓰고 있는 이경이(89) 어르신.
어르신의 편지에서는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어느새 추위가 성큼 물러나고 따뜻한 햇볕이 알리는 반가운 봄기운이 완연히 느껴지는 대마면 남산경로당.
이경이 어르신은 이곳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아들에게 전해줄 손편지를 쓰고 있다.
한글은 ‘개글’이라고 비웃음 당하던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누구하나 글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배울 수 있는 곳도 없었다던 이 어르신.
어깨너머로 한글을 배워야 했던 서러웠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꺼낸다.
이경이 어르신은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한글을 가르쳐주는 곳이 없었어. 지금은 한글교실이다 뭐다 세상 참 많이 좋아졌지. 나는 몰래 동화책같은 것을 읽고 글공부를 뗐어. 그땐 누구나 다 그랬을 거야. 먹고 살기에도 벅찬 시절이었거든”이라고 말한다.
17살 꽃다운 나이에 가족들과 떨어져 대마면에 시집온 이경이 어르신. 먹고 살기도 벅찬 그 시절 전쟁통까지 겪으며 오남매를 키웠다.
논농사, 밭농사 가리지않고 닥치는 대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견디기에도 버거운 시절이었다.
그 시절 누구나 그렇듯 시절을 잘못 만나 큰 고생을 겪어야만 했던 이 어르신은 가슴깊이 한이 쌓였을 법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했었다고 회상한다.
“먼저 떠난 영감이 참 잘해줬어. 그래서 힘들어도 꿋꿋이 이겨낼 수 있었지. 영감이 못배워서 없는 살림에 자식들 가르치려고 고생 많이 했어. 나도 고생 많았고.”
그간의 깊은 회포를 모두 ‘고생 많았다’는 말 한마디로 정리하며 먼 곳을 응시하는 이 어르신.
그래도 요즘은 매일 전화하는 자녀들과 명절 때마다 찾아오는 손자들 보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 어르신은 “우리집은 손주만 10명이여. 명절 때만 되면 자식들도 찾아와. 근데 아들 손주밖에 없어서 딸 손주하나 더 있었으면 소원이 없겠어”라며 “그리고 우리 막내 손주가 취업 잘해서 먹고 사는 걱정만 해결되면 좋겠어. 자식들, 손주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 바람이야”라고 말한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