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의병들을 기리며 한땀 한땀 수 놓아요”
“옛 의병들을 기리며 한땀 한땀 수 놓아요”
  • 영광21
  • 승인 2018.03.16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담희 <자수공예가>

“의병들이 전투에 나갈 때 가족들이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수를 놓지 않았을까요. 의병장들의 가족이 된 심정으로 그들을 기리며 의병활동 모습들을 한땀 한땀 자수에 담아냈어요.”
자수공예가 강담희(68) 작가의 말이다.
강담희 작가는 오는 19일부터 28일까지 영광예술의전당에서 20여년간 간직해둔 530여점의 작품들을 전시회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회는 의병정신, 종교, 자연과 동심에 관한 프랑스 자수와 십자수 작품이 전시된다. 자수와 더불어 자수에 응용해 만든 여러 아이디어 소품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강 작가는 군서면에서 태어나 군서송학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백수로 이사가 백수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백수 칠산바닷가에서 조개를 줍고 호롱불을 켜놓고 수를 놓으면서 성장한 강 작가는 유독 수놓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가 자수를 처음 잡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어느 날 강 작가는 어머니가 언니 결혼할 때 보내려고 준비해둔 광목을 가져와 가운데 도막을 도려내 몰래 수를 놓기도 했다. 그만큼 수놓는 일이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강 작가의 직업은 간호사였다. 묘량보건소에서 근무하던 그녀가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자수를 시작하게 된 것은 IMF때라고 떠올린다.
강 작가는 “수놓는 일은 취미로만 하고 있었는데 IMF를 겪으면서 어려움 속에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다가 더 십자수에 몰두하게 됐다”고 말한다.
초창기에 강 작가는 ‘풀내음’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과 꾸밈없는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호남의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3~4년 전부터 호남의병을 주제로 자수를 놓기 시작했다.
첫 의병 자수작품은 임진왜란 최초 의병장 의병장 유팽로 장군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의병작품을 시작으로 광주학생독립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작품활동으로 이어졌다.
강 작가가 자신의 열정이 담긴 작품들을 모아 영광군에 전시하기로 마음먹게 된 것은 올해 전라도 정도 천년의 해를 맞아 군민들에게 한국 전통의 정신예술인 십자수의 얼과 혼을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 전시회를 마친 후에는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예술단체나 교육기관에 기증할 계획이라는 강 작가.
“다른 지역보다는 고향인 영광군에 의병정신과 역사적인 일을 담은 작품들을 기증하고 싶어요. 제 작품들이 공익을 위해 여러 기관·단체를 만나 후세에 정서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