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감사하네”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감사하네”
  • 영광21
  • 승인 2018.04.0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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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 어르신 <백수읍 학산리>

꽃잎 흩날리는 따스한 봄날, 푸른 산과 논이 펼쳐진 곳 한 모퉁이에 자리한 백수읍 학산경로당에서 김 은(87) 어르신은 마을 어르신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백수읍 학산리에서 나고 자란 김 어르신은 21살 어여쁜 나이에 같은 동네에 사는 2살 연상의 남편을 중매로 만나 시집을 왔다.
“남편도, 나도 백수 학산리 토박이야.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누군지 얼굴도 몰랐어. 아무것도 모를 나이에 시집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몸소 부딪혀가며 고생스럽게 배우고 살았지”라며 살아온 나날들을 추억하는 김 어르신.
혼례를 치르고 남편과 함께 벼농사, 과일장사를 하며 알뜰살뜰하게 아들 둘, 딸 넷을 키웠다.
김 은 어르신은 “말도 말어. 젊은 날에 남편이랑 죽자 살자 살아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지금도 눈물이 핑 돌아. 자식들 키우려고 정말 열심히 살았지”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영광읍내에 나가 과일장사를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아 결국 식모살이도 해보고 공장에서 바느질하는 일도 해봤다는 김 어르신.
그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지만 지금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어 하루하루가 마냥 감사하기만 하다.
김 어르신은 “지금은 세상이 참 좋아졌지. 나는 고생하며 힘들게 살았지만 내 자식들은 좋은 세상에 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라며 미소 짓는다.
고된 노동에 남몰래 눈물 흘리며 서럽게 지내온 세월이지만 자식들의 위로와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든든한 남편이 있었기에 행복할 수 있었다는 김 어르신.
“우리 자식들 겨우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시켜줘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야. 자식들이 지금은 다 커버려서 내가 용돈도 받고 편하게 살고 있어”라는 김 어르신은 “모두 타지로 떠나서 보고 싶을 때도 많지만 잘사는 모습 보면 난 그걸로 됐어”라고 말한다.
때로는 타지에 나가 살고 있는 자녀들이 보고 싶기도 하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항상 곁을 지켜주는 남편과 말동무가 돼주는 마을사람들이 있어 적적하지 않다.
김 어르신은 “힘든 시간 다 지나간 지금이 제일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네”라며 “나 적적하지 않도록 평생을 건강하게 함께 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도 많아. 당신이나 나나 건강히 여생을 보내고 싶어”라고 말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