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권익 찾기 최우선 목표
생산자 권익 찾기 최우선 목표
  • 영광21
  • 승인 2018.04.05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사회적경제 기업 - 영광굴비협동조합

영광굴비. 전남을 대표하는 특산품 중 하나다. 그간 영광을 먹여 살려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요 몇년 사이 상황이 녹록치 않게 변했다.
대형자본이 유통시장을 장악하면서 영세상인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다. 출혈경쟁, 자원 고갈에 따른 참조기값 급상승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설상가상으로 제주, 목포, 여수도 굴비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칫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주산지 법성포를 드리우고 있다.
심각성을 느낀 생산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본보기로 떠오르고 있는 영광굴비협동조합(이사장 배현진)도 그 가운데 하나다. 2013년 설립했다.

영세상인 설 땅 갈수록 좁아져
“대책 마련이 절실했죠.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어요. 뜻을 같이하는 30여명이 의기투합했죠. 그 결과물이 영광굴비협동조합입니다. 세계 최대의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꼽히는 스페인 몬드라곤을 벤치마킹했죠.”
배현진 이사장의 말이다. 영광굴비협동조합은 최우선 과제로 영세상인의 권익확보와 영광굴비의 옛 명성 회복을 꼽았다. 첫 사업은 포장 등 비품사업이었다. 기존 제품이 획일적이고 영광굴비의 명성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조합원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었다. 브랜드 난립으로 빚어지는 소비자의 혼란을 막고 공동구매를 통해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포장 비품 구입비용으로 한해 수억원을 쓰고도 도매상에 매달려야 했어요. 생산자는 한마디로 ‘봉’이었지요. 포장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별 수 없었죠.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기란 만무했죠.”
황순명 총무과장의 말이다. 애면글면하던 차에 전남도와 영광군의 농어민 서민시책인 ‘수산물 소포장재 개발· 구입비 지원’ 사업은 한 줄기 빛이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브랜드를 새롭게 개발해 상표 등록했다. 포장디자인 역시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해 단순하면서 고급스럽게 바꿨다.
‘영광굴비를 가장 잘 표현한 디자인’, ‘시장 여건을 반영한 디자인’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비용도 절감해 조합원에게 환원했다.
참조기 양식 성공 … 첫 위판
참조기 가격 안정화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참조기 양식에 성공한 것. 지난해 함평만 해상가두리양식장에 시범 입식해 5개월 만에 22cm의 참조기를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군과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영광지원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11월12일에는 영광군수협 법성위판장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양식 참조기를 위판하는 기쁨도 맛보았다. 가격은 자연산의 70% 수준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참조기를 입찰할 때 서로 물량을 확보하려고 영세상인들이 엄청난 경쟁을 합니다. 금액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죠. 양식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자연산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배 이사장의 믿음이다. 올해는 신안우럭양식협회와 참조기 해상가두리양식 협약을 체결했다. 참조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회적기금 500억원 조성 목표
500억원 규모의 사회적기금을 마련하는 일도 역점사업 중 하나다. 기금으로 참조기를 비축해 수급 안정을 꾀하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영광굴비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우선 1차로 100억원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대형자본이 유통시장을 장악하면서 영세상인이 원재료를 확보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꼭두새벽에 차를 몰고 목포나 제주까지 가서 원료를 사와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도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지고요. 이런 불상사는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배 이사장이 사회적기금 조성을 서두르는 이유다. 언제든지 조합에서 참조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첨단 식품 제조시설도 갖춰 조합원들이 식품제조 시설을 이용해 ‘고추장 굴비’ 등 굴비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 개발도 지원할 예정이다.
“업종별 수협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제약이 많아요. 절차도 까다롭고요. 하지만 영세상인의 권익을 확보하고 영광굴비의 옛 명성을 회복하는 데 포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배 이사장이 그리는 영광굴비협동조합의 미래다.
<전남새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