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더 멋진 인생 살아보고 싶어”
“다음 생에는 더 멋진 인생 살아보고 싶어”
  • 영광21
  • 승인 2018.06.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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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자 어르신<법성면 진내리>

“누가 보믄 고생 안한 것 같다고 해. 얼른 보면 그러긴 하지. 내가 속없이 살아서 그러네. 다 내려놓고 기쁘게 살다보면 매일 행복한 마음이야.”
따사로운 햇볕이 가득 내리쬐는 법성면 부용경로당에서 정영자(81) 어르신이 마을주민들과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법성면 진내리에서 2남4녀 중 장녀로 태어난 정 어르신은 21살에 지인의 소개로 5살 연상의 남편을 만났다.
“친구 언니한테 남편을 소개받은 후에 연애를 좀 하다가 결혼했어. 그 시절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인연이었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
달달한 연애에 뒤이어 결혼까지 골인해 아들 둘, 딸 셋을 낳아 키우며 행복하게 살았다. 사랑스러운 자식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먹이고 더 입히고자 남편과 농사일 빼고는 뭐든 가리지 않고 일했다.
정 어르신은 “나도 별일 다해봤네. 보험회사도 조금 다녀보고 그땐 밀주라고 했제. 집에서 술을 내려서 술장사도 좀 해봤어. 많이는 못해줘도 우리 자식들 가르칠 만큼은 다 가르쳤어”라고 말한다. 
그렇게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온 25년의 세월이 지났다.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해오던 남편은 51세의 나이로 정 어르신 곁을 떠났다.
“남편이 살아있을 적 심성이 고와서 사람들이 다 좋아했어. 풍채도 좋고 든든하니 묵직해서 참 잘생겼지. 내가 우리 남편 많이 의지하고 살았는디 술을 하도 먹어서 일찍 내 곁을 떠났어.”
평소 애주가이던 정 어르신의 남편은 어느 날 목이 아파 병원을 찾으니 식도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급히 수술날짜를 잡고 기다리고 있던 중 남편의 갑작스런 수술거부로 결국 치료하지 못한 채 3~4개월 뒤 세상을 떠났다.
“내가 5남매 혼자 키우면서 힘들게 살았네. 고생은 많이 했지만 내 그릇에 맞게 지금의 내 모습에 만족하며 긍정적으로 살았어.”
욕심 없이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왔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한 시간보다는 행복하다 느끼며 보낸 시간들이 더 많다는 정 어르신.
“지금은 노후생활도 즐겁게 보내고 있어. 매일 경로당에 나와서 요가도 하고 체조교실도 하고 부지런히 살아. 우리 동네는 계모임도 있어서 함께 하면서 멋있고 재미나게 보내고 있어”
매일 경로당에 나와 소소한 일상을 오랜 동생들과 함께 한다. 1달에 1번씩은 마을주민들과 둘레길, 올레길도 다니며 명산을 등반하기도 한다.
“이제는 내가 우리 마을에서 제일 고령이 됐어. 마을주민들이 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동생들이야”라는 정 어르신은 “여생은 건강하게만 보내고 싶어. 만일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공부를 많이 해서 더 멋진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라고 말한다.
변은진 기자 ej5360@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