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쏴~ 몽돌은 또르르륵~
파도가 쏴~ 몽돌은 또르르륵~
  • 영광21
  • 승인 2018.06.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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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몽돌 해변 아름다운 섬 낙월면 송이도

날씨가 더워지면서 그리워지는 게 시원한 숲과 함께 바다다. 서해안에 떠있는 섬으로 간다. 하얀 몽돌 해변이 아름다운 섬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드넓은 펄이 드러나 바지락과 동죽, 백합, 맛조개를 채취할 수 있다. 해넘이까지도 황홀경을 연출하는 섬이다. 고단한 일상 잠시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섬이다. 낙월면 송이도다.


송이도는 유명 관광지는 아니다. 아니, 그동안 교통편이 너무 좋지 않았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송이도에 가려면 홍농 계마항에서 배를 탔다. 여객선이 하루에 한번밖에 다니지 않았다. 들어가면 하룻밤 묵어야 했다. 당일치기 여행이 불가능했다.
배 시간도 물때에 따라서 들쑥날쑥했다. 어떤 때는 오전에, 물때에 따라 오후에도 들어갔다.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번거로움 탓에 외지인들도 기피했다. 덕분에 사람들의 손때를 덜 타는 섬으로 남았다.
올해부터는 배편이 달라졌다. 물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염산면 향화도에서 배를 탄다. 향화도에서 오전 8시, 오후 2시30분 두 차례 들어간다. 송이도에선 오전 9시50분, 오후 4시20분 두 차례 나온다. 오전에 배를 타고 들어가 섬을 돌아보고 오후에 나오는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해졌다. 향화도에서 송이도까지는 1시간30분 남짓 걸린다.

감추지 않고 보물 바로 내보여주는 섬
송이도松耳島는 소나무로 둘러싸인 섬의 지형이 사람의 귀를 닮았다고 이름 붙었다. 인구는 100명이 조금 안 된다. 영광군 낙월면에 속한다. 배를 타고 들어가 포구에 내리면 ‘아름다운 섬 송이도’라고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표지석 오른쪽으로 몽돌해변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송이도는 직설적인 섬이다. 섬의 명물, 몽돌해변을 숨기지 않고 바로 보여준다. 몽돌해변은 1㎞ 남짓 된다. 우리는 해변, 해수욕장이라고 하면 하얀 모래사장(백사장)을 떠올린다. 하지만 송이도 해변에는 모래가 없다. 작은 돌로만 이뤄져 있다.
그것도 검정 몽돌이 아닌 하얀 빛깔의 몽돌이다. 느낌이 색다르다. 크고 작은 돌들이 오랜 세월 파도와 부딪히며 다듬어진 몽돌이다. 큰 것은 주먹보다도 크고, 작은 것은 바둑알만 한 것까지 지천인 몽돌밭이다.
몽돌은 눈으로 보기에도 멋스럽지만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이 아주 좋다. 돌도 모나지 않아 걷는데 부담이 없다. 병조각이나 쓰레기도 일절 없어 맨발로 걸으면 더 좋다. 햇볕에 달궈진 몽돌이 천연 지압까지 해준다.
파도가 밀려와서 몽돌에 쏴~하고 부딪히고 파도가 물러가면서 몽돌이 또르르륵 구르는 소리도 정겹다. 그 소리에 귓전이 시원해진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경쾌해진다.
몽돌밭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몽돌이 구르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송이도 여행의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신발을 벗고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몽돌을 모아서 탑을 쌓고 발바닥 모형을 만들어 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도 즐겁다. 납작한 몽돌을 들고 바닷물을 향해 옆으로 던지는 물수제비를 뜨는 체험도 재밌다. 몽돌해변은 자연이 선사한 놀이공원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송이도에서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도 드넓다. 신비의 바닷길은 송이도 선착장의 반대편, 서쪽 해안에서 열린다. 바닷물이 빠지면 건너편의 섬 각이도까지 걸어갈 수 있다. 바닷길의 폭이 수 ㎞에 이른다. 걸어서 각이도까지 왕복 한두 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다.

‘맛등’에서 즐기는 동죽·백합 채취체험
이 일대가 백합과 맛조개, 동죽을 채취할 수 있는 체험장이다. 장비를 챙기면 좋지만 장비가 따로 없더라도 상관없다. 맛조개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맛조개 채취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맛이 사는 구멍을 찾아야 한다. 그 구멍에 조금 굵은 철사 막대를 45。 각도로 꽂아 살짝살짝 건들면서 맛조개를 끄집어내야 한다. 주민들은 금세 잡지만 일반인들이 체험하기엔 쉽지 않다.
주민들은 여기서 맛조개를 잡아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래등이 드러나고 여기서 맛조개가 나온다고 주민들은 이 일대를 ‘맛등’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특산 왕소사나무 군락도 송이도에서 만난다. 왕산(161m)에 100여 그루가 한데 모여 있다. 해안가가 아닌 산정에 왕소사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는 게 특이하다.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전남새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