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면 생각나는 옛 시절, 그리운 사람들
눈 감으면 생각나는 옛 시절, 그리운 사람들
  • 영광21
  • 승인 2018.07.27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금순 어르신 / 군서면 가사리

 

“지금은 맘 편히 마을주민들하고 수다도 떨고 놀지만 옛날에는 이럴 정신도 없었어. 부지런히 농사지어서 자식들 먹여 살리기 바빴지. 힘들었어도 나는 그때가 그리워.”
어려운 시절에도 강한 마음으로 아들 둘, 딸 셋을 낳아 길러낸 든든한 엄마 이금순(84) 어르신.
나주에서 태어나 8살때 어머니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가족 모두가 함께 영광 대마면으로 오게 됐다.
열여덟의 고운 나이에 10살 연상의 군서 총각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과 함께 알콩달콩 논농사, 콩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웠다.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배를 곯는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야했지만 다정한 남편 덕에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전쟁터로 뛰어들게 된 남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싸늘한 주검으로 어르신 곁에 돌아왔다.
“그 난리통에 남편을 잃었어. 지금도 가슴 시리게 애통한 것은 맘껏 슬퍼할 여유도 가질 수 없었다는 거야. 당장 자식들 먹여 살릴 생각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뛰어들었지. 그 불쌍한 사람은 가슴속에 깊숙이 묻어 두고 평생을 그리워하며 살았네.”
남편을 가슴에 묻은 채 홀로 고생하며 젊은 시절을 정신없이 흘려보냈다.
“혼자 고생고생하며 자식들 다 학교도 보내고 잘 키웠어. 그때서야 조금 여유가 생겨서 재혼을 하게 됐어.”
재혼 후에는 평탄하게 살았다. 그 역시 든든한 버팀목 같은 남편이었다. 이 어르신은 고생했던 시간의 위로를 그에게서 받았다. 기댈 수 있는 인생의 새로운 동반자였다.
이 어르신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고생해 준 남편은 어느 덧 나이가 들어 먼저 그녀 곁을 떠났다.
지금은 이 어르신 홀로 살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다리가 ‘콕콕’ 쑤시고 앉았다 일어날 때면 찌릿하다는 이 어르신은 “그래도 다리만 좀 불편하지 다른 곳은 다 멀쩡해. 나처럼 속 탈 없고 건강한 사람도 없을거여”라고 말한다.
지금은 경로당에 다니면서 마을주민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즐거움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지 못해 그립고 공허하다.
“살기는 지금이 더 편해도 사랑하는 내 사람들이 곁에 없어서 그립고 슬퍼. 어려웠어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옛날이 그립고 또 그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