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금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어”
  • 영광21
  • 승인 2018.08.2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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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순 어르신 / 불갑면 쌍운리

 

“아휴, 젊은 사람이 여까지 찾아와서 고맙네 그려.”
여름폭염을 피해 경로당에서 마을주민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은순(81) 어르신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김 어르신은 이웃마을에서 19살 꽃다운 나이에 8년 연상 남편을 만나 불갑면 쌍운리로 시집왔다.
“우리집이 바로 이웃동네라 시댁에 가기고 편하고 좋은 남편, 좋은 시부모님을 만나 호강했어. 그 흔한 시집살이도 모르고 시부모님이 친자식처럼 예뻐해줬지.”
5~6년전까지 벼농사도 하고 밭농사도 하며 자식들을 길렀다. 효자, 효녀 자녀들을 둬 공부까지 잘했다는 김 어르신.
“우리 큰아들은 전남대까지 갈 정도로 공부를 아주 잘했어. 그 당시에는 시골마을에서 전남대까지 가는 사람이 얼마 없었어. 남들은 소 팔아서 대학 보낸다는데 우리 아들은 공부도 잘해서 장학금까지 타서 대학에 들어갔어. 자녀들이 속썩이는 일 한번 없이 바르게 커줘서 고맙고 기특하지.”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남편은 어르신이 49세가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효자, 효녀 자식들 덕에 외로운 줄 모른다.
자녀들은 매일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다. 명절 때만 되면 아들, 딸들과 함께 내려온 손자, 손녀들로 작은 집이 북적인다.
“우리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손녀를 둘씩 갖고 막내아들이 손자를 가졌어. 5남매 온 식구가 다 모이면 대가족이야. 안부전화도 꼬박꼬박 챙기고 자식들 모두가 다 효자야. 우리 자녀들은 잘돼서 걱정이 없네”
지금은 소일거리삼아 텃밭을 가꾸는 김 어르신. 얼마전 고추도 심고, 콩도 심었는데 날이 너무 덥다보니 작물이 자라지 못해 속상하다.
“예전에는 콩도 심고 벼도 심고 농사일로 한창 바빴는디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들어서 텃밭만 좀 가꾸면서 여기서 놀고 있어. 요즘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심어논게 다 죽어버렸어. 나는 그냥 소일거리 삼아 심어서 괜찮지만 마을사람들은 걱정이 많아서 안타까워. 농사는 하늘의 뜻이니 어쩌겠어.”
자녀들도 잘되고 노후생활도 편안하니 걱정이 없다는 김 어르신. 그저 앞으로도 지금처럼 편안하기만 바란다.
“자녀들 다 잘사니 바랄게 뭐가 있겠어. 지금처럼 주민들하고 담소도 나누고 재미나게 노후생활 보내면서 건강하게 살면 되지.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겟네. 그거 말고는 바라는게 없어.”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