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꿈꿔요”
“어르신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꿈꿔요”
  • 영광21
  • 승인 2018.08.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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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님 / 고려다방 대표

영광읍 터미널에 위치한 고려다방은 365일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금님(61)씨는 한시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반가운 옛 노래에서 향긋한 커피까지.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다방처럼 보이지만 점심시간이 되자 그녀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굴비며 제육볶음, 김치찌개 등 침샘을 자극하는 푸짐한 한끼 식사가 준비된다.
양 씨는 10여년이 넘게 이곳에서 어르신들에게 1,000원 밥상을 대접하고 있다.
“저도 혼자 살아봤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는 것이 힘들었어요. 지역에서 외롭게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죠. 그렇게 우연찮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10여년이 넘었네요.”
가난한 8남매 넷째로 태어난 양 씨는 18살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다. 그녀가 27살이 되던 해에 그녀의 남편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27살,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가장이 된 그녀에게는 부양해야 할 다섯 아이들이 있었다. 고되고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녀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너무 힘들어서 죽을까 고민도 했지만 다시 힘을 냈다. 이제는 그녀 덕분에 외로운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있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혹시라도 어르신들이 식사는 굶지 않을지 걱정돼서 10여년이 넘게 명절도 한번 제대로 못 보냈죠.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오래 서있다보니 발목도 말이 아니에요. 생활은 더 걱정이에요. 집세는 물론이고 수도세, 전기세 내기도 빠듯한 형편이죠. 그래도 저로 인해 희망을 얻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힘을 내게 돼요.”
그녀의 봉사덕분에 작은 다방이 어르신들을 위한 편안한 사랑방이 됐다. 그녀는 다방을 찾는 어르신들을 위해 말동무도 돼주고 정성이 담긴 근사한 식사를 대접한다. 얼마전에는 군에서 표창까지 받았다.
“90세가 넘는 어르신까지도 이곳을 찾아오세요. 그만큼 외롭기도 하고 이곳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할 만큼 힘든 처지에 계신 분들이 많이 있어요. 이런 분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10년은 더 봉사하고 싶어요. 몸이 허락하는 때까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가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작은 바람은 혹시라도 고려다방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때 소외받는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최근에 꿈이 생겼어요.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타운을 마련하는 것이요. 그래서 나중에 더 이상 고려다방을 운영할 수 없다면 지역의 어르신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