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 영광21
  • 승인 2018.08.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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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면 월랑경로당 한글학당

 

대마면 월산리 월랑경로당에 들어서니 글 읽는 소리가 청명하다. 책상 하나를 두고 옹기종기 앉아 연필을 쥔 손들엔 주름이 가득하다.
80세 전후의 동네 어르신들로 구성된 월랑경로당 한글학당(강사 박도생) 수업현장이다. 이곳에서는 배움의 열기가 꺼지지 않는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8명의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글쓰기 수업에 열중한다.
“글을 못 읽었던 설움은 말로 표현 못해. 평생의 한이었지. 지난해부터 수업을 듣고 있는데 벌써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수업까지 올라갔어. 이제는 책 한권을 다 읽어. 1년을 넘게 수업을 들었는데 지금도 다들 참여 열기가 대단해.” 이제는 글도 쓰고 책도 읽을 줄 알게 됐다는 김점례 어르신이 말한다.
나이 70이 넘어 새로운 세상과 만났다. 처음으로 이름을 쓸 줄 알게 됐다. 항상 걷던 평범한 길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제는 남들에게 묻지 않고도 간판을 읽을 수 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늦깎이 학생들의 공부열기는 활활 타오른다.
박도생 강사는 “어르신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해요. 매주 숙제도 꼬박꼬박 해오는 것은 물론 수업이 없는 날에도 자발적으로 모여 글공부를 하세요”라고 귀띔한다.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자식, 손주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보는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르신들의 가장 큰 바람이다.
“수업을 듣고 편지 한장 써보고 싶어. 아직은 쑥시러워서 아무한티도 못보냈어. 이번해에는 수업 열심히 들어서 꼭 편지를 보내야제.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인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어서 정말 고마워.” 어르신들은 또 한글학당에서 배운 글공부를 나이 어린 손주들에게 직접 알려주고 싶은 소망을 이야기한다.
“우리같은 늙은이들을 위해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준 면사무소에 고맙고 또 고마워. 어린 손주들이 크면 직접 글은 어떻게 쓰는지, 책은 어떻게 읽는지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어. 고마운 마음, 사랑하는 마음 편지로 써서 전해보고도 싶어. 그러니 열심히 배워야지.”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