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연으로 만난 어르신들 사랑합니다”
“새로운 인연으로 만난 어르신들 사랑합니다”
  • 영광21
  • 승인 2018.08.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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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숙 /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나이가 들어 힘이 떨어지는 것도, 잦은 병마와 싸우는 것도 견딜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고독은 가장 사무치는 아픔이다.
일본NHK 방송에서는 <무연사회>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총 27편의 방대한 프로젝트로 진행된 동명의 프로그램을 원작으로 한 이 르포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이 끊인 이들을 다뤘다.
태어나면서부터 혼자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태어나면 부모가 있을 것이고 그 옆에 형제자매들이 있다.
또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며 저마다 인연을 만든다. 하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인연의 고리가 끊어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내려진 형벌은 가혹하다. 하루하루가 고독과 싸워나가는 전쟁통이다.
이것은 이웃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광지역에도 수많은 어르신들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외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 끊어진 인연을 새로 이어주는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들이다.
최미숙씨 역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며느리가 돼 주고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만나다보면 안타까움을 느끼곤 해요. 한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분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에요.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 어느덧 4년이 넘었네요.”
최 씨는 매주 홍농지역의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만난다. 불편한 점은 없는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안전에는 이상 없는지 살핀다. 또 어르신들을 위한 말벗이 된다.
“홍농에는 4명의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들이 총 27명의 어르신들을 관리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영광군푸드뱅크의 지원으로 받은 두유나 배즙같은 건강식품을 드리곤 하는데 시어머니처럼 반겨주시는 것을 보면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특히 지병이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많다. 자식들과도 떨어져 외롭게 하루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그런 어르신들은 오히려 자녀들 걱정이 먼저다.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참 많은 것을 배워가요. 늘 자신보다도 자녀들을 먼저 생각해요. 또 친정어머니처럼 오히려 살펴줄 때도 있어요. 그럴때면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곤 하지요.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오히려 행복을 받아가요.”
최 씨는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길 바란다.
“앞으로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힘 닿는 데까지 돕고 싶어요. 작은 일이지만 소외된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