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경로당의 하루를 알리는 93세 어르신
평전경로당의 하루를 알리는 93세 어르신
  • 영광21
  • 승인 2018.09.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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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순 어르신 / 영광읍 양평리

영광읍 양평리 평전경로당에 매일 아침 문을 여는 어르신이 있다.
93세 이대순 어르신이 가장 먼저 마을회관에 도착해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부지런함이 몸에 밴 이 어르신. 18살 꽃다운 나이에 인동 장씨 집성촌으로 시집을 온 전북처녀가 영광읍 마을의 큰 어르신이 됐다.
“내가 시집왔을 때 고생은 말로 표현 못하지. 이 동네가 인동장씨 집성촌이라 시집살이가 아주 엄했어. 힘든 시집살이에 시아제, 시누이까지 챙기고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 하느라 고생이 말이 아니었어.”
젊은 나이에 엄한 집안으로 시집와 몸가짐부터 새로 배워야 했다는 이 어르신. 고된 시집살이에 적응할 새도 없이 큰 난리까지 만나 전쟁통에 홀몸이 됐다.
“24살때 전쟁이 터졌는데 이웃사람들은 북한군에게 뭔지도 모르고 이름을 적어서 냈다가 큰 봉변을 당하기도 했어. 그런 난리가 없었지. 우리 남편은 전쟁에 나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1명과 시누이까지 부양하며 힘들게 일했다는 이 어르신. 그때 부지런한 습관이 지금도 몸에 배어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매일 동네를 산책하곤 한다.
그래도 이 어르신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아들은 디자이너로 성공해서 양복을 만든다. 매일 전화하는 효자 아들과 손주들까지 단란한 가족을 이뤘다.
“아들이 자기 스스로 기술을 배워서 지금은 디지이너를 하고 있어. 없는 살림에 많은 도움도 못 줬는데 번듯하게 잘 살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는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는 이 어르신. 지금도 매일 아침 마을회관 문을 열기도 하고 밥도 하고 산책까지 다닌다. 텃밭까지 가꿔서 얼마전에는 고추도 심고 깨도 심었다.
많은 연세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을 자랑한다.
“나는 지팡이도 없이 매일 동네를 산책해. 내 나이에 지팡이 없이 이렇게 많이 돌아다닐 수 있는 양반은 얼마 없을 거야. 운동이랄게 뭐 있나. 그냥 매일 걷고 또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 것 같아. 그게 내 건강 비결이야.”
마을회관에 나이가 비슷한 어르신이 모이면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때론 식사를 만들어 드시기도 한다고.
“자식들 모두 잘 살고 어디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니 이게 내 복이지.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