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문화예술인 93 폐백 배응애

혼례가 치러지는 곳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 있다. 신부 쪽에서 준비해 시부모와 시조부께 드리는 음식 ‘폐백’이 바로 그것이다.
혼례의 감초라 할 수 있는 폐백을 대를 이어 만들고 있는 배응애(47)씨.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부로 맺어지는 인륜지 대사에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양쪽 집안에 첫인사의 예를 표할 수 있게 해주는 폐백을 친정어머니에게 배워 20년 가까이 만들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늘 하시는 것을 보며 그냥 따라 했고 결혼 후 남편과 서울에서 생활하다 내려와 3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폐백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배 씨는 “음식솜씨가 워낙 좋으셨던 친정어머니가 오래 전부터 한과 폐백 등을 만들어 오셨고 어르신들은 어머니의 고운 솜씨를 많이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고 전했다.
그의 어머니는 이밖에도 바느질 솜씨도 좋아 오래 전부터 수의를 만들고 있으며 지금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바느질을 하고 있다.
배 씨는 “어머니는 지금도 주문이 많이 밀리면 옆에서 도움도 주시고 잘못된 점은 가르쳐주시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며 “당신을 이어 폐백을 만드는 모습을 무척 흐뭇해하신다”고 말했다.
“한참 주문이 밀리면 하루에 15개를 만들기도 했다”는 그의 폐백은 주로 영광을 비롯해 광주 목포 등 인근 지역에 널리 알려져 혼례를 앞둔 이들의 많이 찾고 있다. 또 서울 등지에서도 주문이 들어올 만큼 인기가 높다.
그와 이웃해 있는 한 주민은 “예전 군내버스 터미널이 자리했을 때는 배 씨 어머니가 만든 한과 폐백 등이 꽤나 유명했다”며 “그의 딸이 재주를 이어 폐백을 잘 만드는 것을 보면 참 신통하다”고 했다. 배 씨는 어머니가 폐백을 만들던 자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오징어 곶감 대추 밤 엿 한과 등을 이용해 모양을 만들고 있으며 폐백에 들어가는 재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폐백음식은 지방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견과류를 주재료로 삼아 아름다운 형상으로 차렸고 이는 자손만대의 부귀 행복과 자손들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져 시대가 바뀌어도 그 뜻하는 내용과 형식은 그대로 유지돼 오고 있다.
배 씨는 “어머니는 폐백은 다른 음식과 다르게 신부를 위한 특별한 혼인잔치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정성껏 그리고 깨끗하게 만들라고 가르쳤다”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축복받은 날이 더욱 값지고 아름답게 빛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었다”고 폐백에 행복을 함께 담아 염원했음을 밝혔다.
친정어머니의 솜씨를 이어받아 겉보기에만 화려하게 치장하는 음식보다는 정성이 담긴 폐백 을 만들고 있는 배 씨. 그는 혼례를 치르는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과 음식에 배어있는 손맛을 지키며 전통이 빚어낸 겉치레 없는 정성으로 언제나 감동을 주는 혼례음식을 만들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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