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모두 잘됐으면 좋겠어”
“자녀들 모두 잘됐으면 좋겠어”
  • 영광21
  • 승인 2018.10.1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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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임 어르신 / 불갑면 안맹리

끝을 모르던 불볕더위가 모두 지나고 어느덧 제법 쌀쌀한 가을이 찾아왔다.
갑작스런 가을비에 경로당에 모이게 된 어르신들이 도란도란 모여 이야기꽃을 비우고 있다.
불갑면 안맹리 나원임(81) 어르신에게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법성포 용덕리에서 태어나 19살때 시집을 왔어. 그때는 먹고사는게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지 하루하루 쉴틈없이 일했어. 아들 넷에 딸 셋까지 7남매를 그렇게 키웠네. 어려운 가정형편에 제대로 해준 것이 없어 늘 미안해.”
법성면에서 불갑면으로 시집온 나 어르신. 꽃다운 19살 나이에 가장 큰 고민은 먹고사는 문제였다.
가난한 살림에 농사를 지으며 7남매를 번듯하게 키웠다. 그렇지만 80이 넘은 나이까지도 자녀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한 것은 늘 한으로 남는다.
“자식들은 모두 효자·효녀야. 해준 것도 별로 없는데 안부전화도 하고 나를 살뜰히 챙겨. 그래서 더 고맙고 미안해.”
55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30여년간 홀로 살아온 나 어르신, 벌써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남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남편은 어려운 형편에 가족들 먹여살리느라 고생만 하다 떠났어. 시절을 잘못만나서 힘들게 고생만 하다 먼저 떠났네. 조금 먹고 살만해지니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어.”
한스러운 어려운 시절 모두다 이겨내고 이제는 취미삼아 운동도 하고 텃밭도 가꾸며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는 나 어르신.
먹고 사는 걱정은 모두 해결돼 하루하루 주민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매일 경로당을 찾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상 참 많이 좋아졌어. 옛날 그 시절을 못살아본 젊은이들은 얼마나 먹고 살기 힘들었는지 모를거야. 지금은 보릿고개가 다 옛말이지. 이제는 주민들하고 놀기도 하고 원불교 교당에도 다니며 하고 싶은 것 하며 살아. 젊을 적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지금처럼 행복하게 사는 게 얼마나 재미난지 모르겠네.”
평범한 하루도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는 나 어르신에게 바람이 한가지 있다면 자녀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이 나이에 바라는게 뭐가 있겠어 그저 아들, 딸, 손자, 손녀들 모두들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냈으면 좋겠네. 지금처럼 편안하게 노후생활을 보내고 싶어. 그것 말고는 크게 바라는 것이 없어.”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