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몇 달 동안 정성을 다하여 준비한 행사가 행사기간 중에 내린 비로 인해 아예 행사 자체를 시작조차 못한 경험을 갖고 있는 관계자들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항상 날씨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단오보존회의 칠판에 '단오날 쾌청'이란 주문(?)을 적어놓을 정도로 날씨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올해도 마찬가지여서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행사기간 동안 날씨가 어떨지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행사가 끝난 뒤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고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에 몰두하였다.
단오제를 위한 모든 준비는 예정에 따라 착착 진행되었다. 게다가 지난 5일 단오제를 기념하여 금년에 처음으로 실시한 '제1회 굴비골영광마라톤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서 행사 관계자 모두는 한껏 고무되었다. 분명히 단오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확신이 순식간에 절망으로 변한 것은 6월9일 단오제의 개막을 알리는 전야제를 마치고 나서부터였다. 단오제의 정점인 6월10일과 6월11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모든 행사 관계자들을 김빠지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우려의 기운이 사무실에 짙게 드리워졌다.
이런 염려는 6월10일에 현실로 드러났다. 새벽부터 쏟아진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말할 것도 없이 미리 계획된 일정은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완전히 맥이 빠진 집행부는 누구랄 것도 없이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이런 와중에도 집행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장소를 옮겨서라도 할 수 있는 행사는 최선을 다해 진행하기로 결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간신히 6월 10일로 잡힌 일부 행사를 흉내라도 내면서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늘의 뜻이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6월11일도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하여 집행부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어느새 그치고 그토록 바라던 맑은 하늘이 나타났다.
거짓말같이 비를 걷어간 하늘의 도움으로 나머지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장을 향하여 몰려드는 수많은 인파들을 보자 그동안의 시름은 온 데 간 데가 없이 사라지고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행사를 마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인간 능력의 한계를 실감하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새삼스럽게 확인하였다.
이번 단오제를 치르면서 하늘이 우리에게 쥐어준 과제가 있다. 비가 내려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하루 빨리 만들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연년이 이어온 자랑스런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한 진인사대천명의 완성은 노천극장과 같은 시설을 빠른 시일 내에 갖추었을 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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