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 울리는 명창 소리를 전하다
심금 울리는 명창 소리를 전하다
  • 영광21
  • 승인 2018.10.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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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숙 / 명창

“만사 모두 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곽씨 부인을 잃고 슬피 울던 심 봉사는 마미숙씨의 주과포혜 대목에 이르러 절정으로 치달았다.
“슬픈 가락의 계면조 중에서도 가장 슬픈 대목이죠. 저도 부모님을 여의고 나이 먹으면서 심봉사의 막막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어요.”
영광예술의전당에서 명창 마미숙씨가 판소리 한곡조를 선보였다. 그녀의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 무대였다.
학교 선생님을 꿈꿨던 마미숙씨는 16살, 소리꾼으로는 제법 늦은 나이에 국악을 처음 접했다.
“어렸을 때는 중학교 교사가 꿈이었어요. 그러다 중학생때쯤 집안사정이 안좋아지면서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해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당시 광주 남도예술고등학교가 처음 생기면서 국악학과를 나오면 학비를 전액 국비지원 받을 수 있었어요.”
어려운 형편에 남들보다 일찍 철이 든 곡성의 시골소녀는 자의반 타의반 그렇게 국악을 처음 접했다. 가사도, 장단도 몰랐던 마 씨는 음악선생님이 빌려준 가곡 녹음테이프를 밤새 듣으며 국악을 배웠다.
“처음 판소리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너무 어렵고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민도 참 많았죠.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때 서울에서 출강을 온 조상현 선생님의 창극무대에 나가게 됐는데 심청이로 뽑혔어요.”
국악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마 씨는 그날을 계기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꿈을 품게 됐다.
꿈은 그녀를 성장시켰고 국악과 인연이 전혀 없었던 16살 시골소녀 마 씨는 이제 대통령상을 수상한 명실상부 최고의 소리꾼이 됐다.
그녀의 소리는 흥선대원군으로부터 천하제일이라 평가받았던 보성 강산제다. 30여년 넘게 하나의 소리만 쫓았다.
“소리는 양파처럼 한단계를 넘으면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요. 늘 새롭죠. 아직도 30여년이 넘게 한 선생님 곁에서 소리를 배우고 있어요”
그녀가 참된 스승을 만나 소리의 기쁨을 알았듯 이제 그녀도 다른 이들에게 소리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지난 2016년부터는 틈틈이 영광지역 주민들에게 소리를 가르치고 있다. 올해로 2년째 영광예술의전당 평생교육 판소리교실 강사로 활동한다.
“소리는 누가 부르든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영광에서 수업을 듣는 어르신들의 소리는 애절한 깊이가 담겨 정말 좋아요. 회원분들 한명, 한명의 삶속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굴곡이 음색을 타고 흐르죠. 소리에 맛이 있다면 절박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깊이가 있어요.”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