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비결은 행복한 일상이야”
“내 건강비결은 행복한 일상이야”
  • 영광21
  • 승인 2018.11.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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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인 어르신 / 영광읍 녹사2리

예고도 없는 가을비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길고 긴 무더운 여름날에는 이 비가 그토록 그리웠건만 새색시의 붉은 볼처럼 변덕스러운 가을비가 꼭 반갑지만은 않다.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모였다. 세찬 가을비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는데 경로당 안은 제법 소란스럽다.
세찬 비가 후끈거리는 구들장의 열기와 만나 오래된 떡갈나무 냄새가 났고 장대비를 피해 모인 어르신들은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며 반갑게 맞이해준다.
80살은 물론이고 90살이 넘은 어르신들이 태반이라는 영광읍 녹사2리 경로당에서 사라진 고향을 등지고 영광읍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김귀인(89) 어르신을 만났다.
“그 당시에는 연애한다고 하면 어른들이 경을 쳤으니 다들 중매로 결혼했지. 나도 20살 때 우리영감을 중매로 만났어. 그땐 나보다 한살 더 많았지. 고향은 군서면이야. 남편 고향은 군남면이고. 처음에는 군남면에 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니 우리도 별수 있나 영광읍으로 이사왔어. 나고 자란 고향은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졌어. 반백년이 넘게 이곳에 살았으니 이곳이 이제 고향이지 뭐.”
고추도 심고 땅콩도 심으며 열심히 살아왔다. 아들 셋에 딸 둘을 키웠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남들보다 한 숟가락 적게 먹고 한 시간 더 부지런히 일했다. 제법 돈을 모아 영광읍에 큰 집을 구했다. 50년전의 일이다.
“군서면에서 태어나 군남면에 살다 영광읍으로 이사왔어.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한 것 같아. 사람 만나기 힘든 시골보다야 읍내에 또래들도 많아 이야기 하다보면 적적할 일도 적거든.”
남편은 8년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어르신은 외롭지 않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많아 외로울 틈도 없다.
외지에 사는 자녀들은 행여나 어르신이 외로울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마다 안부를 묻는다. 건강비결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몸도 마음도 깨끗하게 하는 일상이라고 답한다.
“여기 근처에 원불교 교당이 있어. 여기 사람들은 다 원불교 신자야. 내 나이가 내일모래 90이지만 주말마다 원불교 교당까지 걸어가. 기도드리면서 정신수행도 하고 걸어가면서 운동도 하는거야. 몸도 마음도 청결하게 지내니 이 나이가 되도록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여기 사람들은 다 장수해. 아마 그게 장수의 비결일거야.”
나이가 들어 이제는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는 김 어르신은 그저 소박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꿈이다.
“이 나이가 들어 더 바라는게 뭐가 있겠어. 그저 하늘나라 가는 그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뿐이야. 이제 이곳이 내 고향이나 마찬가지니 고향사람들하고 행복하게 노후생활을 보내고 싶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