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고생 끝에 찾아온 소중한 행복
긴 고생 끝에 찾아온 소중한 행복
  • 영광21
  • 승인 2018.11.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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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균한 어르신 / 대마면 원흥리

정균한(91) 어르신은 6년전 영광읍에서 대마면 지장마을로 이사를 왔다.
정 어르신이 대마면에 정착한 나이가 85살이니 늦은 나이에 고향을 바꾼 셈이다. 대마면으로의 이사는 오래전부터 계획해왔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이곳으로 오게 됐어. 아내는 18년전 세상을 떠났어. 노인 양반들도 몇 없는데 사람 없는 동네에 있어서 뭐해. 이 마을에 아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6년전 이주하기로 결심했네.”
정 어르신은 30살에 13살 어린 아내와 중매로 결혼을 했다. 어려운 형편에 어린 아내에게 고생만 시켜 늘 미안했다는 정 어르신.
정 어르신은 한마지기 토지도 갖지 못한 부족한 살림에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다. 땅이 없어 품앗이하며 남의 경작지를 빌려 농사를 지어야 했고 자녀들 역시 교육도 제대로 시킬 수 없었다. 버겁고 힘든 시절 아내와 함께 서로 의지하며 힘든 시절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자식들은 고등학교까지 밖에 못 보냈어. 중학교만 나온 아이들과 있고. 그래서 늘 미안해. 부족한 살림에 아이들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했어. 지금은 다들 외지로 뿔뿔이 흩어져서 지내. 고생만 시킨 아내에게는 특히 미안하지. 젊은 나이에 고생만 하다 먼저 세상을 떠났어.”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자녀들은 고향을 떠나면서 외로움을 느낀 정 어르신은 또래 어르신들이 많이 있는 대마면 지장마을로 이사를 오게 됐다.
그래도 새롭게 만난 마을 어르신들과 서로 안부도 묻고 한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매일 경로당을 찾을 정도로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늘그막에 찾은 소소한 즐거움이지 뭐. 지금은 건강이 많이 안 좋아. 그래서 마을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는 못하고 그저 경로당에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며 지내고 있어. 젊어서 고생을 해서 그런지 한쪽 다리가 안 좋아. 자식들은 자기들 살기 바쁘면서도 전화해서 안부를 묻곤 해.”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새롭게 만난 제2의 고향에서 새 출발을 일구고 있는 정 어르신. 어르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크게 바라는 것은 없어. 그저 세상 떠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여기 있는 양반들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소일거리 삼아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네.”
김진영 기자 8jy@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