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행복하면 그게 내 행복이야”
“자식들이 행복하면 그게 내 행복이야”
  • 영광21
  • 승인 2018.11.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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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순 어르신 / 군남면 동월리

구불구불 끊어질 듯 이어진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면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커다란 버드나무가 눈에 띈다.
경로당 앞을 따라 펼쳐진 들녘과 멋스럽게 늘어진 버드나무가 인상적인 군남면 동월리의 석천경로당.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즈넉한 경로당에서 만난 김판순(84) 어르신은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매일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김 어르신은 21살에 4살 연상 남편을 만나 영광읍 송림리에서 중매로 시집왔다.
“그 당시에는 얼굴도 모르고 시집을 가는 경우가 태반이었어. 중매로 남편을 만나 전통혼례를 치렀지. 아래채에 살면서 아들만 넷을 키웠어.”
전쟁이 뭔지도 모를 까마득한 어린 시절부터 해방의 혼란과 6·25 전쟁을 겪었다는 김 어르신.
어려운 형편과 시대 탓에 배우지 못했던 것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자녀들만큼은 꼭 제대로 가르치고 싶었다.
“그때는 밥 한끼 배불리 먹는 것이 최고였제. 요즘 세상은 참말로 좋은 세상이여. 남의 집 머슴살이하면서 품앗이로 애들 키웠어. 애들 학교는 소 팔아서 보냈지.”
어머니의 정성을 알았는지 서울에 있는 대학까지 갈 정도로 스스로 열심히 공부한 자식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고.
10여년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김 어르신은 누구보다 고생하는 아내 곁에서 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던 남편이 떠난 후의 그 그리움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다.
“우리 영감이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몰라.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10년전 먼저 세상을 떠났어.”
그래도 명절 때마다 꼬박꼬박 찾아오고 전화도 자주 하는 효자 자녀들을 둔 덕에 지금은 고생 끝에 찾아온 행복을 누리고 있다.
매일 경로당에 나와 화투도 치고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어르신의 일과다.
“경로당에서 밥도 해 먹고 마을 사람들이랑 옛날얘기도 하면서 놀지”라며 “젊었을 적 얘기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대파, 무, 포도 등 소일거리 삼아 텃밭도 가꾸며 여유로운 노년을 즐기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식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여전하다. “자식들이 잘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어. 다들 건강하게 잘 살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어.”
김진영 기자 8jy@yg21.co.kr